짧은 추억

보일러



어렸을 때, 겨울이 되면 할머니는 나를 끌어안고 주무시면서 따뜻한 인간 보일러라고 하셨다.

항상 다정한 목소리로,

"아구 따뜻한 보일러여."

하시면서 주무셨는데 나는 그럼 몰래 할머니의 귓불을 만지작거리면서 잤다. 뭔가 뜨끈한 체온으로 인간 보일러가 되었을 때 만족감은 글쎄 다른 사람도 느껴본 적이 있을까. 한껏 끌어안아주는 그 만족감! 무언가 내가 필요한 존재가 된 기분이 든다. 포옹은 그런 것일까.

나이가 먹고 나서는 다들 몸에 열이 많아졌는지 아무도 잘 때 날 끌어안지 않았다. 키도 작고 말도 잘 들을 때쯤 이리저리 끌어안고 뒹굴고 잤지만 지금은 그저 침대에 누워 조용히 잘 뿐이다. 그리고 다 큰 어른에게 인간 보일러라고 부르면서 끌어안기엔 쑥스러운 나이가 된 것이다. 다들.

그때의 따뜻함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인터넷에서 보면 나도 어른이지만 다 그때 그 시절의 아이 같은 마음으로 산다고 써놓은 글을 본 적이 있다.

맞다. 나도 누군가에게 푹 안기면서 다시 한번 보일러가 되고 싶다. 그리움에 따뜻하게 타오를 수 있는 보일러. 포옹을 하자.

서로 포옹을 해서, 따뜻함을 나누고 필요한 존재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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