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날아갔다
-박숙경
안개 잦은 구역이 붉은 눈물로 흥건했다
야옹,
너의 생은 여기까지
두개골이 으스러지는 순간을 생각했다
너는 간단히 지워졌고
찰나를 목격한 길은 더 낮게 엎드렸다
울지도 못했을 거야
감각은 이미 몸에서 빠져나갔으므로
밤새 너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느라 핼쑥해진 낮달
가을이 지나간 길을 지나는 중이다
나비야 대신 울어도 되겠니
야옹,
이미 너는 지나갔고
더 붉어진 붉나무를 밀쳐내며 내가 지나간다
한 뼘 햇살의 조문이 있었고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젖은 날개를 간신히 편 나비 한 마리
달빛고속도로를 벗어나고 있었고
붉은 눈물을 저장한 구름은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비명도 없이 저문 작은 생명을 위하여
쭉쭉 뻗어나가는 흉기를 위하여
자, 우리 모두 박수
*자고 나면 쭉쭉 뻗은 길이 하나 생긴 듯 전국적으로 너무 길이 많다.
고속도로나 국도를 달리다 보면 로드킬을 가끔 만나게 되는데
저들의 목숨도 하나 우리의 목숨도 하나
속도를 줄여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려야겠다는 생각을하면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