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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숙경 Aug 11. 2023

나비가 날아갔다

나비가 날아갔다


                        -박숙경



안개 잦은 구역이 붉은 눈물로 흥건했다


야옹,

너의 생은 여기까지

두개골이 으스러지는 순간을 생각했다

너는 간단히 지워졌고

찰나를 목격한 길은 더 낮게 엎드렸다

울지도 못했을 거야

감각은 이미 몸에서 빠져나갔으므로


밤새 너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느라 핼쑥해진 낮달

가을이 지나간 길을 지나는 중이다


나비야 대신 울어도 되겠니

야옹,

이미 너는 지나갔고

더 붉어진 붉나무를 밀쳐내며 내가 지나간다

한 뼘 햇살의 조문이 있었고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젖은 날개를 간신히 편 나비 한 마리

달빛고속도로를 벗어나고 있었고

붉은 눈물을 저장한 구름은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비명도 없이 저문 작은 생명을 위하여

쭉쭉 뻗어나가는 흉기를 위하여

자, 우리 모두 박수

*자고 나면 쭉쭉 뻗은 길이 하나 생긴 듯 전국적으로 너무 길이 많다. 

 고속도로나 국도를 달리다 보면 로드킬을 가끔 만나게 되는데 

 저들의 목숨도 하나 우리의 목숨도 하나

 속도를 줄여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려야겠다는 생각을하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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