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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숙경 Sep 12. 2023

가을,가을이2

가을이와 가을을



6월 30일

이전부터 내리던 비

긴 장마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열아홉 살(만으로 열여덟)살 우리 초롱이를 보내고

사람들은 차츰 마음을 추슬러 가는 중이었지만

가을이는 십여 년 동안 엉덩이를 맞대고 자던 초롱이를 잊지 못했는지

문 소리만 나도 귀를 쫑긋거리며 혹시나 초롱이가 병원에서 돌아오나 보다 생각하는 듯했다.

바깥에 데리고 나가도 멍을 때리거나 한 곳에 가만히 서 있거나 그랬다.

펫 로스 증후군

마음이 아픈 가을이를 위해서 전에보다 더 자주 나갔지만

아마도 시간이 지나야 조금 안정 될 것 같다.


지난 일요일 자주 가던 시크릿가든이 아닌 차콜우드

둘째가 두세 번 데려간 곳엘 또 다녀왔다.

그곳에 가면 가을이가 좋아하는 고기 냄새가 있고 뼈다귀가 있고

바깥에서 잠시 뛰어놀 수 있기 때문이다.

나온 음식을 먹고 근처에 있는 반려견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잔디마당이 있는 카페엘 갔다.

가장자리엔 칸나와 분홍바늘꽃과 벌개미취와 맨드라미 등의 가을꽃이 피어 있었고

작은 사과나무에 눈길이 갔다.

탄저병이 걸려 있는 사과와 썩은 사과에 나비들이 열중하고 있었고 나는 그쪽에 마음을 더 오래 두었다

곤충이나 새들은 어떤 게 맛있는 건지 사람보다 더 잘 안다.


아무튼 가을이는 가을 속에서 제법 잘 놀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차를 타면 나타나는 트라우마를 잊은 듯 고요하게 돌아왔다

이름표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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