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빠진 매미 소리가 가끔 8층까지 올라오기는 하지만
처서 지나고 백로 지나 구월의 한복판이 가까워지고 있으니
이젠 가을이라 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을이라는 말 속엔
구절초 향이 들어 있고 억새를 흔드는 갈바람 소리와 긴 여름을 흘려 보내는
강물 소리가 들어 있지요
그리고,
가을에 만나서 가을이라는 이름으로 9년 째 같이 살고 있는 우리 가을이가 있습니다
우리 둘째가 다니던 학교 근처에서 마주쳤던 아주 작고 눈이 큰 아기
상처투성이의 아기를 안고 몇 시간을 기다려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했더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안락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둘째가 놀라서 친구들과 함께 병원도 데려 가고
학교 과 사무실에서 며칠 돌봐주다가 방을 하나 얻어달래서 그 아기랑 1년을 같이 살다가
집으로 데려온 가을이였습니다
1년을 바깥에서 생활한 이유는 집에 고양이가 살고 있었기 때문
주말이면 데려와 서로에게 적응하는 시간을 주었던 거죠
이후 둘째와 가을이가 집으로 들어와서 지금까지 가족으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우리 초롱이가 떠난 이후 문 소리만 나도 초롱인가 싶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너무나 짠해서
가끔 가을이가 좋아하는 카페를 다녀오기도 하는데
오늘도 다녀오려고 준비 중입니다
가을이가 얼마나 즐겁게 보낼까를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설레기도 하네요
가을아!
이제 가을이의 계절이야
맘껏 뛰놀다 오자
화이팅!!
둘째 이불을 세탁해서 개키는중인데 자기꺼라고. . .
둘째를 기다리는중인 가을이
보고싶은 우리 초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