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

by 박숙경

긴 여름

박숙경



5병동 코드블루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고 발자국 소리는 분주해졌다


귓바퀴를 바깥으로 돌려놓지 않아도 사망이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닿는다


살다가 목구멍에 걸린 게 어디 갈비찜뿐이던가 자식들로 보이는 몇이 차례로 불려 왔지만 책임과 의무만 가볍게 복도를 맴돌 뿐 곡哭은 열어둔 문으로 드나드는 바람의 몫


ㅡ별이 될 거야


누군가 바깥에 바람이 분다고 했고 바깥이 나를 궁금해할 때까지 나는 바깥을 궁금해하지 않기로 하는 순간 비 전선 확대라는 안전 안내문이 뜬다


오동나무 잎사귀를 흔드는 바람소리 커질 때마다 고인 눈물이 말랐고 생뚱맞게도 착하게 살아왔던가에 대한 반성을 해보지만 아직도 고열의 영역, 해열제와 항생제가 다시 투입되고 땀범벅의 두어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닿는 미열의 영역, 개운하다


내 안의 나를 알지 못했던 나를 후회하는 밤

토막잠 사이사이로 뛰어드는 악몽과 쓸데없이 사소한 생각들이 소리 없이 자라나는 시간

한 사발 희멀건 죽으로 버티기엔 밤이 너무 길다


ㅡ어쩌자고 빗소리는 자꾸만 귓전에 와닿는가

ㅡ어쩌자고 새벽 종소리는 오래된 기억 속에서만 사는가


새벽이, 또 가을이 저쯤에서 여름을 밀어내고 있는 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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