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동백꽃 지다

by 박숙경


쪽동백꽃 지다

박숙경


온 봄 내 홀딱 벗고도 더 벗을 게 남았는지
산길 경사만큼 목청을 높여가는
검은등뻐꾸기를 나무라는
이름 모를 새의 한 마디

지지배야
지지배야

가산산성 진남문에서 동문 올라가는 길
말귀를 못 알아듣는 척
뒷모습이 더 고운 쪽동백꽃의 하얀 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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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동백꽃을 동백꽃으로 연상하면 오독이다.
때죽나무꽃과 비슷하게 생긴 흰빛깔이다. 접두어 '쪽'은
여기서는 머리에 동백기름을 곱게 바르고 비녀로 쪽머리를 지른 얌전한 여인네를 연상하면 된다.
봄이 와서 온갖 빛깔과 소리들을 깨웠다. 산은 금세 생기로 가득 찬다. 예로부터 새소리는 의성명
(擬聲名)으로 문인들로 하여금 해학하게 하였다. 뻐꾸기는 곡식 씨를 뿌리라고 포곡포곡 운다했고
제호새는 제호로 제호로 술잔을 바친다 해서 권주새로 불렸다. 시인은 가산산성을 오르다가 검은등
뻐꾸기새 소리를 듣게 된다. 홀딱벗고새와 지지배야라고 나무라는 새들의 대화, 그들의 대화가
듣기 민망해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 척 능청을 떠는 것 실은 시인 자신과의 독백이다.
검은등뻐꾸기새의 울음은 혼자살고 둘이살고 듣는 귀 마다 다르게 들린다.
오호호호 물오른 봄이 마냥 싱그럽다. (시인 엄계옥)

-시집 『날아라 캥거루』(문학의 전당, 2016)
-경상일보 시를 읽는 아침 2017년 3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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