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경
늦장마 다녀간 뒤
물여뀌꽃 피었습니다
당신은 먼 곳에 있습니다
풀물에 젖은 발목은
이미 마음껏 울어도 되는 가을의 부분 속으로 향하고
깃에 묻은 하루의 고단을 털어낸 물새들
오늘의 식탁 쪽으로 날아갑니다
문득 올려다보니
해가 진 곳에서 가장 먼 동쪽 하늘이 더 붉습니다
달빛에 잠길 때까지
징검돌 위에 쪼그리고 앉아
청잣빛 어둠 속으로
여울이 풀어 놓은 밤의 이야기에 귀를 엽니다
기도는 점점 간절해집니다
눈시울이 뜨겁습니다
가을 아래 가을입니다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 숲길, 일찍 태어난 벚나무 잎이 먼저 떨어지네요
순리대로 또는 순환이라는말이 생각나고요
자로 재면 잴 듯 다가 서 있는 가을을 당겨보는 주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