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의 일기

by 임경환

아침에 잠깐 주식으로 오만 원을 벌었다.

난 번 것만 계산한다. 잃는 건 계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망할 기업이 아니라면

주가가 내려가도 결국 어느 때가 되는 오른다.

난 그때까지 견딜 시간도 자금도 충분하다.

지금 장부상 손해라고 해서 손해가 아니다.


5만 원이면 오늘 하루 경비로 충분하다.

전철 승차권은 공짜고 목욕비 만 원, 한의원에서 치료비 만 삼천 원

점심값 만 오천 원, 커피값 오천 원 정도로 잡으면

오늘 번 오만 원으로 저게 다 가능하다.


공짜 전철을 타기 위해 1km 정도 걷는다.

운동하러 일부러도 걷는데 저 정도 걷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지만

얼굴을 두건으로 가리고 5만 원을 마음속에 품고 신나게 간다.

사우나를 하고 다시 버스를 타지 않고 전철을 이용해서 한의원에 간다.

아픈 다리를 고쳐 준 한의사가 고마워서

거금 만 오천 원을 들여서 탐스런 딸기 한 바구니를 사드렸다.

그것 때문에 오늘 오만 원으로 충당이 안 될 거 같았는데

나 참! 시니어가 되어서 할인이 가능하다고

오늘부터 치료비를 오천 원만 내란다.


치료를 받고 근처 맛집을 검색해서 가서 점심을 한다.

꼬막 정식을 먹고 싶었는데 그건 2인분 이상만 주문이 가능하단다.

할 수 없이 짱뚱어탕으로 먹고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까지 한다.

그리고 이번엔 돈을 내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 주가지수는 올랐지만

내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주식은 폭락했다.

뭐 그래봤자다. 이건 기회다.

왜냐하면 급하게 내리면 십중팔구 곧 올라간다.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주식을 조금 사 둔다.

어쩌면 내일도 한 오만원 쯤은 생길지도 모른다.


저녁엔 인천시립 교향악단의 연주를 관람했다.

인천시 교향악단의 단원이면 실력이 대단한 분들이다.

8명의 첼로 고수들이 벌이는 협연을 감상했다.

시립 단원은 시민의 세금으로 생활하며 자신의 실력을 키운다.

그래서 우선은 시민을 위해서 공연을 해야 한다.

관람료가 만 원이다.

그런데 말이다.

엊그제부터 시니어가 됐다고 반값 할인을 해서 오천 원만 내란다.

오천 원에 수준 높은 교향악단의 연주를 감상하다니!

좋아서 손뼉을 오래 쳤다.

며칠 전에 딸이 마련해준 물랑루즈인가 비싼 뮤지컬을 봤는데

그거랑 막상막하다. 사실은 뮤지컬 볼 때 살짝 졸았다.

개인적으론 교향악단이 더 좋다.

지불한 돈으로 치면 20배 차이인데….


오늘 경험을 해보니 시니어가 될 만하다.

놀아도 되고, 전철비를 안 내도 되고, 관람료를 반만 지불해도 되고

시간도 널널하다.

목욕비도 반으로 받고,

버스비도, 밥값도, 커피값도,

할인을 해주거나 면제해 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도 좋다.

오래오래 시니어의 혜택을 누리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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