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용추계곡에서 만난 남자

by 임경환

피서를 떠난다.

일인용 텐트를 싣고 예정한 일정도 없이

하룻밤만 자고 올 수도 있고 일주일 이상 머물 수도 있고

한곳에 머물던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던가 말 그대로 내 맘대로다.

평일에 찾아간 용추계곡엔 반질반질한 암반에 맑은 물, 짙은 숲으로

처음부터 나를 매료시킨다.


길고 긴 계곡이라서 경사가 거의 없는 데다가

화전민이 돌을 쌓아서 낸 계곡 옆길은 걷기에도 편안하다.

또 상류로 갈수록 수량이 더 많고 깊어지는 거까지 신기하다.

자리를 잡기로 했다.

편편한 터가 금방 눈에 띄고 그곳에 텐트를 치고 잠자리를 마련했다.

물소리를 들으며 달콤하게 잠들었다.

이런 천국이 있군!

그곳에 자리를 마련하고 주위 카페며, 가평 오일장에도 가고

산책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기웃거리며 내 스타일대로 놀아댄다.

아예 여기서 일주일은 지내다 가자.


그렇게 결정하고, 다음날 텐트에 들어가는데

웬 남자들 둘이 나타난다.

“여기 도립공원인 거 모르시오? 텐트는 불법입니다.

이미 통고했으니 당장 철거하시오.

아니면 바로 200만 원 벌금 내셔야 합니다.”

어쩐지 경쟁도 없고 너무 좋았어.


어둑해지는 저녁인데

이미 바깥 잠자리를 맛본 내가 돈을 내고 민박하기도 싫다.

집으로 가기 전에 몇 번 들렀던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잔한다.

카페 주인은 나름 매력있는 50대 초반의 남자다.

식품 쪽으로 평생을 보냈다는 그가 커피에 더하여

본인이 만든 감자빵, 고구마빵, 잣식혜, 전통유과 등등을 갖추고

성실한 놀림을 하고 있다.

개업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됐단다.


그 동네 잘 나가는 과수원집 아들이었다는 그가

그 계곡을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란다.

이 시간엔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나를 데리고 도립공원 바깥 비가림이 되는 자갈밭에 데려다준다.

한여름에 주민들이 텐트를 치는 곳이란다.

그곳을 본거지로 용추구곡을 탐행하고, 물에 뛰어들고

춘천 삼악산 케이블카를 타러 가고, 자라섬을 산책하고

그가 추천하는 맛집에 가서 먹고 가끔은 그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다.

혼자만의 장소에서 사치스러운 노숙인이 된다.

전혀 떠나고 싶지 않다.


그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다.

이 동네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가 일찍부터 아파서

하나뿐인 아들로 어머니를 돌보지 못해 미안하고

엄마는 당신 때문에 아들이 장가를 놓쳐서 미안해했다고 한다.

그가 만드는 먹거리는 그의 진심과 정성이 들어가

세상 어떤 먹거리에 뒤지지 않는다.

나름의 멋을 품고 진실한 사람이다.


내가 해준 말은

“무슨 수를 쓰든 지금 당장 일주일에 하루라도 쉬면서

나서서 짝을 찾으려고 노력하세요.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느냐고?

나이 들어서 돈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오히려 돈을 벌려고 보낸 세월 때문에 더 약 오를 겁니다.

차라리 돈을 못 벌었으면 억울하지 않을 거예요”


떠나는 날 카페에 들렀다.

그가 만든 음식을 종류별로 하나씩 산다.

막상 계산하려니 반은 덤이며 반은 공짜다.

내가 자주 찾아와서 커피를 마셔서가 아니라

같이 대화한 게 너무 좋았고 고맙단다.

그가 싸준 온갖 먹거리를 싣고 돌아온다.

그 남자 때문에 이번 휴가는 정말 알찼다.


이 글을 읽는 어떤 미혼의 여인이 행복하고 싶다면 그를 만나보라고 권한다.

가평은 용산에서 기차를 타면 50분 만에 도착한다.

완전 수도권이다.

거기에 빵떡모자를 쓰고 멋있고 착한 남자가 분위기 있는 카페를 하고 있다.

재산도 그 정도면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어느 사려 깊은 여인이 시도라도 해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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