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19
고등학교 시절 야간 자율 학습 즉, 야자 시간에 친구를 꼬드겨 화장실 창문으로 도망치다 교장 선생님께 걸린 기억이 떠올랐다. 글만 봐도 자극적이긴 한 일이긴 하지만 그때의 기억이 강렬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날 학교로 인사차 찾아온 외부 손님과 함께 교장 선생님은 학교 뒤편을 거닐고 계셨고, 마침 나와 내 친구가 치마 속에 체육복 바지를 껴입고 화장실 창문에 몸이 반쯤 걸쳐져 허우적거리는 장면을 목격하시고 만 것이다. 당황은 기본이며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 잊히질 않는다. 별 수 있겠는가? 아직 나오지 못한 하체를 수습하며 뻔뻔한 태도를 장착했다. 나와 내 친군 “크흠, 죄송합니다. 집에 가려고요.”라며 공손하게 인사를 드리며 슬금슬금 뒷걸음질로 도망쳐 나왔었다. 교문을 벗어나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마치 감옥에서 탈출한 죄수처럼 소리를 지르며 아무도 없는 길을 뛰어갔다.
이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나는 일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글로 보니 밋밋한데, 강심장은 아니라 저 땐 저조차도 무서웠었다. 비 오는 겨울밤에 홀딱 벗고 조깅이나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라도 했다면 글이 조금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럼에도 내 인생에 있어서 일탈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고민하는 걸로 이미 많은 시간을 써버린 나로선 저 사건이 최선이다. 당시, 같이 도망쳤던 그 친구는 잘 살고 있을까? 고등학교 졸업 이후 자연스레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그 친구. 나와 같은 기억을 안고 있으니, 언젠가 한 번쯤 저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 지어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