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지 않는 미덕

251120

by 원호연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은 오만인지 기만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제 글이 어디까지 닿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낱 나비의 날갯짓이 파동이 되어 먼 미래의 흔적이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 글 또한 저세상 어딘가에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네 저는 안타깝게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여전히 나태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마치 다자이 오사무 작가의 인간실격에서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 있지 않습니까?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생각하시기에 부끄러운 생애란 무엇입니까? 서부의 카우보이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듯 앞으로 세 발자국을 걸어 나가 뒤를 돌아보니, 오점 가득했던 인생이 드디어 눈에 밟힌 것이 부끄러운 생애입니까. 그렇담 저 또한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낸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 말은 자기 연민과 다른 결은 아닙니다.

사실 저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선한 것이 가장 완연한 무기라고 생각하며 지내왔습니다만 하나도 선하지 않습니다. 타인을 돕고 싶다는 말도 다 거짓입니다. 어쩌면 저는 제 발등에 떨어진 불조차 잊고 지내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꾸 마음이 동합니다. 혼자 세상과 맞서 싸우는 힘없는 자를 볼 때 요동치는 가슴을 억누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타인을 돕고 싶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돕는다는 것은 다 저를 위한 것입니다. 제 죄책감은 그곳에서 피어납니다.


그렇다면 그 어느 것 하나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묵묵히 오늘을 견뎌내면 되는 것입니까? 삶은 질문하는 자의 것이라고 배웠음에도, 묻지 않는 미덕 또한 겸비해야 하는 것이 이 세상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기에 강해질 수 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작년에 순간적으로 건강을 잃었을 땐 다시 건강만 되찾을 수 있다면, 내 몸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인간이 이렇게 천연덕스럽게도 간사합니다. 긴 새벽꿈에서 본 것들이 눈앞에 생생하기만 합니다. 그곳에서 도망치고 있는 자도 나, 고함을 외치고 있는 자도 나, 말을 걸고 있는 자도 저뿐입니다. 나만이 진심인 심연의 세계에서 마음을 가볍게 먹을 필요가 있던 것일까요. 아무래도 좀 가볍게 지내야겠습니다. 아직은 그게 가장 어렵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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