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07
햇빛을 피해 나무 밑으로 자리 잡으려던 순간, 뒤에서 우당탕하고 굵직한 소리가 뒤통수에 꽂혔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계단에 한 노인이 보행 기구와 함께 넘어져있던 장면을 목격하고 만 것이다. 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뛰어갔다.
나뒹구는 보행 기구를 세워놓고, 그 어르신에겐 제가 손을 잡아드릴 테니 천천히 일어나 보시라 했다. 괜찮으신지 어디가 아프신 건지 계속 여쭈어보았지만, 괜찮다는 답보단 입으로 투정을 내뱉으시는 것만 같았다. 사실 대답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마음이 쓰여 계속 옆을 떠날 수 없었다. 후에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 분이 어정쩡한 우리 두 사람의 광경을 보고 다가오셨다. 그분은 노인의 날갯죽지 아래로 손을 넣어 지탱해 주었고, 우리는 양쪽에서 조심스럽게 노인을 일으켜 세웠다.
가까스로 계단 위에 올라섰지만 노인은 여전히 휘청거렸다. 한쪽의 신발도 벗겨져 있기에 나는 그것을 주워와 조심스레 발끝을 맞춰 신겨드리고, 더 다친 곳은 없으신지 옷매무새를 살폈다. 넘어지실 때 생채기가 나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노인이 입으로 내뱉던 투정은 좀 더 강화되었다.
그렇게 정리가 끝났고 노인은 아주머니 쪽으로 고개를 돌려 감사 인사를 전하더니 느릿한 걸음으로 다시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점점 멀어져 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출근길에 합류했지만, 횡단보도를 건너며 어떠한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혹시… 내가 은근히 감사 인사를 기대했던 걸까?’
도움을 줘놓고도 마음 한쪽이 시큰해지는 순간이었다. 호의를 베풀었는데도 어쩐지 공허하고, 내가 준 마음이 그대로 돌아오지 않을 때 살짝 기운이 빠지는 인간적인 무력감. 그때 깨달았다.
아, 호의가 그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무력해지는 것도 인간이 느끼는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선행은 늘 아름다운 감정만 남기지 않는다. 선의를 베풀고 상대의 반응이 없을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쪽이 비워지는 걸 느끼고 그걸 느끼는 감정조차에도 당황한다. 그럼에도 글로 남김으로써 모든 감정을 승화시켰던 하루다. 사실 도움은 돌아오는 반응 때문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저분을 도와야겠다‘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었고, 마음만큼은 내 안에서 분명하게 존재했기 때문이다. 멀어져 가는 노인의 등을 다시 떠올려본다. 감사는 아주머니에게 돌아갔지만, 분명 집에 가셔서는 작게나마 내 생각해 주셨을 거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