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03
저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7살 즈음 영문도 모른 채 할머니와 지내야 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매 순간 할머니 입에서 나오는 씻어라, 먹어라, 자라 그 모든 말이 듣기 싫어 때때로 성질도 많이 부렸다. 할머니는 누굴 닮아서 그러냐고 하실 정도로 저는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스트레스로 다가왔었다.
사실 이사를 오고 나서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었다. 문밖에 나서는 행위 자체를 극도로 무서워했는데, 그걸 아신 건지 할머니는 혼자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동네 아이들이 한바탕 놀고 난 흔적이었던 비비탄 총알을 주워오셨다. 그러니까 플라스틱 구슬을 주워 오신 거다. 분명 허리 한번 숙이기도 힘들었을 할머니가 구석진 풀숲, 놀이터 흙바닥, 고인 웅덩이를 돌아다니며 한 알 한 알 주름진 손에 담아 오셨다. 어린 내 눈에도 잘 보이지도 않았던 그 작디작은 구슬을 한 개씩 주워다 집으로 들고 오신 게 너무 고마웠다. 흙이 묻었으니 대야에 물을 받아놓고 깨끗이 씻고 말려서 나에게 건네주셨던 기억이 난다. 당시엔 그게 사랑인 줄도 모르고 매일같이 더 달라고 또 달라고 그렇게 떼를 썼다. 어린 내 눈엔 그게 보석보다 예뻤으니까.
그러면 또 할머니는 '알았다 알았다. 내일 또 주워다 줄게 다음엔 더 많이 가져올게' 하셨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까 사랑이 별거 아니라 그게 바로 사랑이었던 거다. 그게 사랑이었던 거다.
이제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문득 생각이 나, 비비탄 총알을 사려고 문방구에 갔다. 근데 막상 그것을 보니까 그때처럼 총알이 반짝거리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았다. 내가 그때 손안에 받았던 총알은 세상 그 어떤 보석보다 멋져 보였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냥 못 사고 돌아섰다. 내가 받았던 건 플라스틱의 작은 구슬 따위가 아니라 세상 어떤 보석보다 값진 것이었다는 걸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거다.
이제 그런 사랑을 주는 사람은 곁엔 없지만
다시 한번, 그 비비탄 총알을 아니 그 사랑이 너무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