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엄마와 할머니의 불경으로 잠시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코끝에 느껴지는 향불냄새로 눈을 비비벼 일어났다.
오늘도 어김없이 옆에서 할머니와 엄마가 생일상을 차려 놓으시고 불경을 읽으셨다. 바로 오늘 8월 2일은 여동생 생일이다. 매년 우리 4남매 생일마다 평안하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게 해 달라고 생일상을 차려놓으시고 향을 태우고 불경을 읽으신다. 엄마와 할머니의 손에 들린 손바닥만 한 작은 책에 불경이 적혀있다. 어느새 나도 엄마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본다. 엄마가 여유분 한 권을 손에 들려주신다.
본인은 불경을 계속 따라 읽으시면서.
두 분의 낮고 특유의 톤.
종이에 적힌 나무아미타불은 음표도 없는데 엄마와 할머니는 어떻게 똑같이 음을 맞춰서 하는지 궁금하다. 그 톤을 따라 하려고는 했지만 어렵다. 불경을 세 번 읽으시고 나면 절을 하고 상에 차려진 음식들로 아침을 먹는다. 당연히 미역국에 흰쌀밥. 생일에 빠질 수 없는 케이크와 떡. 그리고 나물들과 제철과일. 내 생일은 6월인데 8월 동생 생일상과 다른 점은 바로 포도이다. 6월에는 먹을 수 없지만 한창 더운 날씨인 8월엔 포도가 나와 동생 생일상에 항상 놓으셨다.
그래서 인가?
여름 제철과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포도가 생각났다. 초등학교 1-2 학년 때쯤 그 해 동생 생일 상에 올려놓았던 그 포도를 가방에 싸서 바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아버지가 포도밭을 발견하셔 차를 세우셨다. 서울에서만 살아 본 나는 포도가 그렇게 하늘에서 주렁주렁 열리는지 처음 알았다. 포도알들이 소중한 듯 종이에 빼꼼히 들어가 있었다. 나는 따는 척하며 사진기 앞에서 포즈도 취하고 포도도 따서 집에 가지고 와 먹었다. 내가 딴 포도는 더 잘 영글어 맛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