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라 떡상의 기회여
2025년 10월 21일 오후 3시.
딱 당 떨어질 시간, 휴대폰이 진동했다.
문자와쑝~
저장되어있지 않은 번호는 보통 스팸 취급인데,
"SBS"라는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문자를 두어 번 다시 읽었다.
특별할 것 없는 문장.
그냥 ‘섭외 문의’ 정도의,
정중하고 무미건조한 표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손끝이 멈췄다.
‘나의 이혼을 대국민 앞에 내놓으라고?’
나는 숨을 한번 고르고,
지금 이 연락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지 살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비슷한 제안을 받은 적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혼 콘테츠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올 때였구나
그때 연락의 경로도 결국 나의 블로그였다.
평생 SNS와는 담을 쌓고 살던 나였다.
그러던 내가 이혼 후
도저히 어딘가로 흘려보내지 않으면
내가 무너질 것만 같은 마음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말로 할 수 없을 때, 나는 썼다.
정리가 되지 않는 마음과 기억을
글로 붙잡고 다듬고 위로하며
나를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처음 내 블로그의 주제는
"이혼"과 "면접교섭"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파탄 가정, 실패한 결혼 이야기가
도파민 자극 콘텐츠일지 모르겠다.
관음의 대상, 소비되는 이야기.
하지만 나에게는
살아남기 위해 남겨두는 기록이었다.
SNS에 내 삶을 적나라하게 올리는 일이
가볍고 쉬웠던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블로그가
내 삶에 작은 돌파구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블로그에서, 브런치까지...
어쩌면 나는
재결합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핑계는 아이들이다.
완전한 형태의 가정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평범함에 대한 그리움.
당연히 X의 동의도 필요하겠지.
(물론 씨알도 안 먹힐 얘기지만.)
그렇다면, 내 마음은?
나 또한 아니다.
미디어 노출로
불특정 다수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긍정적인 기대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좀 아쉬웠을 뿐이다.
이혼으로 떡상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ㅎㅎㅎ
앞으로도 나는 씩씩한 이혼녀로
비양육자이지만 책임감 있는 엄마로
살아가는 나의 흔적을 기록하며
언젠가는 떡상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