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돼지러너가,
출근길 지옥철에서
나 혼자 산다 전현무의 ‘무라토너’ 편을 보며
올해 최고의 예능이라며
혼자 키득거렸다.
그날 저녁, 혈육과 마주 앉아
전현무 러닝 편이 너무 웃겼다고 얘기했더니,
내 말엔 별 관심도 없다는 듯
갑자기 유튜브를 검색해
영상을 하나 내밀었다.
“낭만러너 심진석.
이 사람 유튜브 봐봐.”
낭만러너… 심진석?
‘별의별 러너가 다 있네’ 하며
호기심 반으로 눌렀다가,
나는 그만 눈물을 뚝뚝 흘리고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게 됐다.
낭만러너 심진석.
29세, 건설현장의 비계공.
왕복 17km의 출퇴근 길을
그는 아침저녁 훈련처럼 달린다.
“눈 오면 어떻게 달리세요?”라는 질문엔
“조금 천천히 달리죠.”
순박한 웃음까지 얹어 답하는 사람.
2025년 보성마라톤 풀코스에서
자신의 PB인 2시간 30분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한 청년.
요즘 러닝 붐 속에서
폼생폼사 장비를 완비하고 입문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그는 때론 양말도 벗은 채,
기록을 위한 러닝화 한 켤레 없이,
달리기의 가장 원시적인 모습으로
러닝판을 뒤흔들어 놓은 인물이다.
“달리기도 전에 100만 원어치 장비를 쓸어 담는 연예인의 ‘컨셉 러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심.”
그에게는
달려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건설현장 중에서도 가장 고된 업무라는
비계공.
아버지와 형의 장애로
가족의 실질적인 생계를 짊어진 29세 청년.
그래서일까.
그를 향한 급작스러운 관심과 스포트라이트가
부디 그의 순박한 미소에
그늘을 만들지 않기를,
나는 조용히 바라게 된다.
그의 고된 하루 끝 퇴근길
그는 행복한 하루였다고 했다.
뭐가 그리 행복해? 싶었다.
세상의 눈으로 무엇하나
웃을 거리가 없어 보이는데
그는 세상 무해하게도 행복하다 말했다.
무사히 하루를 마친 것에 대해 감사하단다.
진심으로 느껴졌다.
고된 삶에서 그의 달리기는
그에게 자유감이지 않았을까?
나에게 러닝이 만능 치료제인 것처럼 말이다.
그와 나의 러닝이
오래도록 즐겁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