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야 사는 여자

가을단풍러닝

무더위가 지나고 가을이 성큼 다가오자,
가장 먼저 했던 다짐이 있었다.

부지런히 달려야지. 움직여야지.

그런데 새벽 공기가 차가워지고,
10월의 무력감이 스멀스멀 스며들면서
나는 갖가지 이유로 발을 멈췄다.

그러다 11월, 단풍나무가 절정에 이르자
마음의 빗장도 풀렸다.

일단 뛰자. 일단 나가보자.
뛰고 나니 역시나 좋았다.

이 계절은 작년에도 나를 구했었지.
좋은 기억은 다시 나를 데리고 나온다.
좋은 기억의 힘.

10월이 되자 마음 한편이 계속 뒤숭숭했다.
특히 두어 가지 일이 나를 흔들어 놓았는데,

달리니까 묵은 것이 뭉텅 떨어져 나갔다.
제자리에 놓이고, 나는 다시 조금 단단해졌다.

노란 단풍을 가르며 천천히
내 목표 거리를 채운 뒤
심장에 스며드는 그 묵직한 성취감.
그리고 출근길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

뛰어야 사는 여자.
나는 어쩔 수 없이 뛰어야 하나보다.

이제 일주일 남짓이면 단풍나무도
겨울의 쓸쓸한 나뭇가지가 되겠지만
그땐 또 소복소복 쌓인 눈길을
자박자박 뛸 기대감으로 달려보자.

러닝을 만나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