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누인형 Feb 22. 2023

스스로 선택하는 근무시간

직장생활 인 스웨덴 (feat. 치기공사)

스웨덴의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 주당 40시간이 기본이다.

대부분 아침 8시에 근무를 시작해서 5시까지 일을 하지만 아이가 있을 경우에는 부모 중 한 명이 한 시간 일찍 일을 시작해서 일찍 마치고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픽업한다. 다른 부모는 조금 늦게 시작하는 대신 아침에 아이의 등교를 책임진다. 이처럼 스웨덴은 어느 회사든 출퇴근 시간을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가 있다. 주 40시간 안에서.




나는 주립 치과기공소에 소속돼 있다. 굳이 따지자면 공무원이고, 스웨덴도 공무원은 같은 직업군의 회사보다 월급이 적다. 대신 직원들의 편의와 건강을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자기 계발을 위한 교육에 많은 지원을 한다. 그중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근무시간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나의 근무시간표는 이렇다.

월: 09:00 - 17:30

화: 07:00 - 16:30

수: 07:00 - 16:30

목: 07:00 - 17:00

금: 07:00 - 16:00 & 휴무 (격주휴무)

(*점심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내가 사는 도시에는 일할 만한 기공소가 없었기 때문에 두 시간 거리의 다른 도시에 직장을 구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주말부부가 됐지만 아이가 있기 때문에 평일에는 일을 좀 더 하더라도 긴 주말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금요일은 격주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월요일에는 본가에서 출근을 하기 때문에 일을 늦게 시작한다. 한 주는 43시간, 또 한주는 37시간 일을 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은 인트라넷에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매일매일 기록된다. 모든 직원은 개인에게 부여된 번호로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기록한다. 개인 근무시간표를 기반으로 초과시간과 미달된 근무시간이 하루단위로 계산된다. 이걸 플렉스(flex)라고 부른다.

초과 근무시간은 휴가 이외에 플렉스 휴가라는 이름으로 쓸 수가 있다. 하지만 40시간 이상을 초과하면 더 이상 추가되지 않는다. 나는 매일 30분씩 일을 더 하고 휴일 전 본가로 돌아가는 날 플렉스 반차를 쓴다. 매주 4일 반 혹은 3일 반을 일하는 셈이다.


플렉스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을 당겨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초과된 시간을 휴가로 쓸 수도 있지만 비상시 몇 시간씩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경우에 미리 시간을 당겨 쓰고 차차 마이너스된 근무시간을 채워나가면 된다. 그래서 은행이나 병원에 가기 위해 휴가를 쓰지 않아도 된다. 지난달 퇴사한 동료는 시간을 모아서 5일간 플렉스 휴가를 쓰고 5일 일찍 퇴사를 했다. 근무시간을 저장할 수 있다는 건 참 신박한 아이디어다.



아이와 떨어져서 얼마나 오래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엔 걱정이 많았었는데 플렉스 덕분에 지금은 별문제 없이 일을 한다. 일과 육아 모두 행복해졌다. 스웨덴 회사들의 근무시간은 기본적으로 개개인의 삶과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한다. 회사를 일 순위로 두라고 강요하지 않고 일과 삶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여유를 남겨둔다. 백 퍼센트 모두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그래서 늘 궁금하다. 도대체 이곳은 언제, 어떤 계기로, 어떤 생각들이, 또 누구로부터 이런 직장문화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걸까. 왜 이 모든 것들이 이리도 자연스러울까. 누구 하나 무리하는 사람 없이.

작가의 이전글 일 때문에 지쳐선 안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