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 feat. 스웨덴 돌봄 교실

by 비누인형

스웨덴에서 아이를 키우며 가장 감사한 것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잘 갖춰져 있는 보육시스템이다.

만 1세부터 만 5세까지는 förskola라고 불리는 유아원에서, 만 6세부터는 의무교육이 시작되기 때문에 학교에서 돌봄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아침 6시 반부터 저녁 5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고 부모가 야간에 일을 한다면 밤샘 돌봄을 담당하는 시설도 따로 마련이 돼있다. 하지만 스웨덴의 보육시스템은 철저하게 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실업상태 혹은 육아휴직일 경우에는 제한된 시간만 이용이 가능하다. 아이가 만 6세 미만일 경우에는 일주일에 15시간, 이후에는 일주일에 3일, 세 시 반까지 방과 후 돌봄을 이용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우리도 맞벌이 부부였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없이 아론이는 풀타임 돌봄 교실을 이용했다.

아침 7시 15분에 Fritidshem(*교내 돌봄 교실)에 아이를 맡기면 7시 반에 아침을 먹고 놀다가 8시 15분에 각각의 교실로 아이들을 인계해 준다. 그리고 오후 한 시에 학교 수업을 마치면 다시 Fritidshem에서 네 시 반까지 머무르는 식이다. 아침, 점심, 간식까지 학교에서 먹고 신나게 놀다 오니 맞벌이를 해도 크게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동안 아이를 키운 것 같다. 하지만 또 마음 한편에는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숙명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그래서 한 달 전 회사를 그만두고 아론이와 열심히 시간을 보내자고 다짐하면서 아침 돌봄 교실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겨우 한 시간 차이지만 그 시간 동안 함께 밥도 먹고 등교 준비를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다. 처음 며칠간 아이는 느릿한 아침을 꽤 만족스러워했다. 티브이를 보다가도 시간이 되면 주저 없이 전원을 끄고 나갈 채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매일매일이 대견했다. 그런데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아침 루틴이 잡혀가던 2주째 어느 날, 아론이는 학교에서 아침을 먹고 싶다고 얘기했다. 왜냐고 물으니 학교에서 아침을 먹은 지가 너무 오래돼서 다시 먹어보고 싶단다. 생각해 보자, 하고 며칠이 더 흘렀을 때 아론이는 다시 한번 똑같은 얘기를 꺼냈다.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었다. 솔직히 조금 서운했다. 엄마 마음도 모르고 이노무자슥.. 하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알 것도 같다. 아론이 입장에선 이미 5년 넘게 지켜온 루틴이었다. 집에서는 입에 대지도 않는 빵, 우유, 요거트가 나오는 학교의 아침밥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뷔페처럼 차려진 식사를 하는 아침이. 아론이가 그리운 건 빵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시작하는 아침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를 하는 이곳에서는 한 반에 90% 가까운 아이들이 학교에서 아침을 먹는다. 그곳에 끼지 못하는 것 역시 아이에겐 소외감을 느끼는 일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실제로 8시 즈음 학교에 도착하면 아론이는 친구들을 찾아 운동장을 서성이곤 했다. 이미 그들의 놀이를 시작한 그 한가운데에 뒤늦게 도착해 끼어드는 것이 머쓱했을 것이다. 당연한 맞벌이 문화와 그에 따라 설계된 보육문화는 나의 어린 시절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 '해방'과 '우려'의 마음을 동시에 갖게 한다. 한 사람으로 얻는 자유의 시간과 부모와 자식 사이에 유대가 약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두 개의 마음이다. 보육시설이란 사회를 떠받치는 개인의 의무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고,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육체적 안전을 담보할 뿐 아이의 마음을 살펴야 하는 건 결국 부모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함께 먹는 아침밥 한 끼에 담긴 작은 요소들이 '관계'의 많은 것을 결정할 수 있다고 믿으며 지내왔다. 그러면서도 나와는 전혀 다른 사회와 문화에서 자라고 있는 아론이가 다른 아이들이 경험하는 평범한 일상을 놓치고 자란다면 그 결핍이 훗날 어떤 부정적인 형태로 그의 삶에 돌출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이가 보육시설에 머무르는 시간은 얼마가 적당할까. 일할 때는 좋기만 했던 보육시스템이 새삼 달리 보이는 이유는 그동안 일하는 엄마로서 쌓인 불편한 마음이 시간적 여유와 함께 새어 나온 것이리라. 언제나처럼 제반사항이 모든 생각의 중심에 있다.


고민하다가 결국은 아이의 성장기 관점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아침부터 하교 시간까지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친구들과의 시간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한 달 동안의 둘만의 느릿한 아침 시간을 접고 아론이는 그렇게 친구들과의 개구진 세상으로 돌아갔다. 학교 가는 걸 이리도 즐거워하는 아이를 두고 배부른 고민이라 생각하며... 겨우 한 시간 일찍 돌봄 교실에 보내는 걸로 참 많이도 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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