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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Apr 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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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월 십오일 토요일


언제부터였을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된 건. 이제는 모든 게 다 괜찮아진 느낌이 들고, 걱정 없을 것만 같은데도, 나는 여전히 '죽을까?' 하며 생각한다. 습관이었다. 예전엔 정말 죽고 싶었는데, 요즘은 딱히 그렇지도 않고 그저 입버릇처럼 남아있었다. 


학창 시절 친구들 모두가 이번 시험에서 성적을 잘 못 받으면, 부모님한테 학원 빠진 것을 걸린다면 죽을까라고 했던 가정을 나는 믿었었다. 그리고 안도했었다. 나만 죽고 싶어 하는 건 아니구나. 다들 똑같구나. 그러나 담임선생님에게 혼자 불려 간 고위험군의 청소년으로 분류된 심정이 어떠한 지 아는가. 나만 배신당한 느낌이었다. 자주 죽음을 생각하냐는 질문에 '예'라는 대답을 눌러서는 안 됐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고, 햇빛을 받으며 생활하니 과거의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인 듯 새로웠다. 그러나 여전히 습관은 남아있다. 나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내 몸은 죽음을 생각하던 때를 기억한다.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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