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방식이 황반변성 위험을 세 배 높이는 것으로 밝혀져
책을 읽다가 글자가 울렁거리거나 중심이 흐릿하게 보인다면 그냥 피로 탓으로 넘기면 안 된다. 사물의 가운데가 검게 보이거나 빈 공간처럼 느껴진다면 ‘황반변성’을 의심해야 한다. 이 질환은 망막 중심부인 황반이 손상돼 시야 중심이 서서히 사라지는 병으로, 심하면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황반은 눈에서 사물을 또렷하게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한 부위다. 여기서 이상이 생기면 물체의 형태가 휘어 보이거나, 문장의 중간이 번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처음엔 단순한 시력 저하로 착각하기 쉬워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황반변성의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흡연과 고혈압, 노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식습관이 더해지면 위험은 훨씬 커진다. 미국 버팔로대 연구팀은 18년 동안 144명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붉은 고기, 가공육, 튀김, 정제된 곡물, 지방이 많은 유제품을 자주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황반변성 위험이 세 배 높았다.
연구팀은 지방이 많은 음식을 꾸준히 먹으면 혈액 속 노폐물이 늘어나고, 이 찌꺼기들이 눈 속 혈관벽에 쌓여 막히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혈관이 막히면 산소 공급이 줄어들어 황반 부위에 새로운 혈관이 자라는데, 이 신생혈관은 약하고 새기 쉬워 시세포를 손상시킨다. 그렇게 시야 중심이 점점 흐려지거나 검게 보이기 시작한다.
지난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70대에서 황반변성 환자가 가장 많았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위험이 두 배 높았고, 고혈압 환자 또한 발병률이 크게 높았다. 나이가 들수록 혈관 탄력이 떨어지고, 노폐물이 쌓이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황반변성을 막기 위한 첫걸음은 생활 습관이다. 꾸준한 운동은 혈액 순환을 돕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늘려 노폐물이 쌓이는 것을 막는다. 운동을 하면 눈으로 전달되는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오래 유지돼 황반 손상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햇빛이 강한 날에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은 망막 세포를 빠르게 약화시킨다. 담배와 술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식단이 중요하다. 채소, 견과류, 생선처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자주 먹고, 붉은 고기나 튀김은 줄이는 게 좋다. 한 끼 식단의 차이가 눈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눈은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중심 시야가 조금이라도 흐릿하게 느껴진다면 바로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작은 불편함이 큰 문제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의 노화는 조용히 찾아오지만, 그 속도는 습관에 따라 달라진다. 식습관과 생활 리듬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시야를 오래 선명하게 유지할 수 있다.
■ 황반변성을 악화시키는 음식 리스트
1. 붉은 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 지방이 많은 부위는 혈관 벽에 찌꺼기를 쌓이게 한다.
2. 가공육: 햄, 소시지, 베이컨처럼 나트륨과 방부제가 많은 가공육은 혈류를 막는다.
3. 튀긴 음식: 튀김옷과 기름에 포함된 산화된 지방이 눈의 노화를 빠르게 만든다.
4. 고지방 유제품: 치즈, 생크림, 버터 등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은 망막의 미세혈관을 막을 수 있다.
5. 패스트푸드: 햄버거, 감자튀김, 치킨버거 등은 트랜스지방 함량이 높아 황반에 손상을 준다.
6. 단 음료와 과자류: 당분이 많으면 혈액 내 염증 반응이 증가해 눈 세포가 약해진다.
7. 술: 과도한 음주는 혈액 순환을 방해하고 망막 세포 회복을 늦춘다.
8. 짠 음식: 나트륨이 많은 음식은 혈압을 높여 눈의 혈관을 쉽게 손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