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 넣은 시래기·우거지 혈당 관리 도움
잡곡밥이나 콩밥이 혈당과 체중 관리에 좋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흰쌀보다 당 흡수가 느리고 포만감도 오래 유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먹기엔 소화 부담이 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위장이 민감하거나 식감에 예민한 이들에겐 꺼려지는 조합이다.
이럴 때 대안이 되는 재료가 있다. 밥에 넣어도 소화에 부담이 적고, 혈당과 식사량 조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바로 시래기와 우거지다. 나물이나 된장국에 자주 쓰이지만, 밥에 넣어 지으면 탄수화물 섭취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시래기는 무청을 말려 만든다. 우거지는 김장을 하거나 국거리를 준비하고 남은 배춧잎을 말려 만든다. 예전부터 겨울철 채소가 귀할 때 영양을 보충하는 데 쓰였다. 대부분 된장국이나 나물 반찬에 익숙하지만, 밥에 넣어도 식이섬유 덕분에 소화와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
말리는 동안 수분이 빠지면서 식이섬유가 원래보다 3~4배가량 늘어난다. 무청보다 시래기, 생배추보다 우거지를 썼을 때 더 효과가 크다. 식이섬유는 밥에 든 탄수화물이 천천히 흡수되게 도와줘서 식사 후 혈당이 급하게 오르지 않는다. 당 조절이 필요한 사람에게 좋다.
또한 시래기나 우거지는 자연스럽게 씹는 시간을 늘린다. 오래 씹게 되면 밥을 빨리 먹지 않게 되고, 덜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 빨리 온다. 밥 양을 억지로 줄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줄어든다.
시래기는 단순히 섬유질만 많은 채소가 아니다. 국립식량과학원에 따르면 말린 무청인 시래기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는 장 안에 쌓인 노폐물이나 찌꺼기를 흡착해 몸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변비를 줄여주고 배 속이 편해지도록 돕는다.
시래기에는 철분과 칼슘도 들어 있다. 철분은 빈혈 예방에, 칼슘은 뼈 유지에 관여한다. 꾸준히 섭취할 경우 빈혈이나 골밀도 저하 같은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 평소 채소 섭취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부족한 미네랄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배춧잎을 말린 우거지 역시 마찬가지다. 칼슘, 칼륨, 인 같은 무기질 외에도 비타민 C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남아 있다. 배추는 열을 가하거나 소금에 절여도 비타민 손실이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면역 기능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는 이유다.
또한 베타카로틴 함량도 높다. 시금치, 당근 같은 채소가 대표적이지만 배추 우거지에서도 이 성분을 얻을 수 있다. 베타카로틴은 혈당 조절뿐 아니라 면역력 향상에도 관여하는 항산화 물질이다. 밥 한 공기에 넣는 것만으로 채소 한 접시를 먹는 효과가 나는 셈이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는 시래기의 뜻밖의 효과도 확인됐다. 유방암 세포에 시래기를 일정 농도로 투입하고 48시간 동안 배양했더니, 그 농도가 높아질수록 암세포 증식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동시에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변화도 관찰됐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고혈압이 있는 실험용 쥐에게 5주간 시래기를 5% 섞은 먹이를 제공했다. 이 그룹의 혈압은 대조군에 비해 23%가량 낮아졌다. 고혈압 관리에 있어 식이조절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래기 섭취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채소 섭취 자체가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꾸준히 강조돼 왔다. 평소 식단에서 채소 섭취가 부족하다면, 매번 반찬을 챙기지 않아도 밥에 섞어 넣는 방식으로 채우는 것이 쉬운 방법이다.
시래기밥이나 우거지밥은 따로 특별한 조리법이 필요하지 않다. 데친 시래기를 물기만 잘 짜서 쌀과 함께 넣고 밥을 지으면 된다. 간단하게 국간장이나 된장으로 밑간을 하고 양념장을 곁들이면 밥맛도 훨씬 좋아진다.
반찬 없이도 한 그릇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 밥 양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따로 식단을 바꾸지 않아도 평소 먹는 밥으로 혈당이나 체중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흰쌀밥만 먹던 습관에서 벗어나려 할 때, 가장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잡곡을 따로 섞지 않아도 되고, 단백질 위주 식단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 밥 짓는 방식만 조금 바꿔도 식사 내용이 달라진다. 시래기나 우거지는 따로 챙기지 않아도 밥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면서 채소 섭취까지 함께 늘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