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무 국물, 그냥 버리면 손해인 이유
치킨을 배달시켜 먹을 때 빠지지 않는 반찬 중 하나가 '치킨무'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통을 열어보면, 처음보다 국물이 눈에 띄게 많아져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무가 흐물해지거나 상한 흔적은 없는데도 액체가 늘어난 모습에 당황하기 쉽다.
일부는 이 국물이 상한 것이라 생각해 통째로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보관이 잘못된 게 아니라, 오히려 보관이 잘 됐다는 신호다. 치킨무에 담긴 액체가 증가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무가 절임액과 만나면서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무가 수분을 어떻게 내보내는지, 국물은 먹어도 되는지, 무가 물러지지 않고 오히려 식감을 유지하는 이유까지 자세히 알아보자.
치킨무는 대개 물, 식초, 설탕, 소금으로 이뤄진 절임액에 잠긴 상태로 판매된다. 이 절임액은 무 조직 속보다 농도가 훨씬 높게 설정돼 있다. 이때 농도가 서로 다른 두 환경이 만나면, 물은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성질을 보인다. 이러한 이동이 바로 '삼투압'이다.
무는 세포 속 수분을 밖으로 밀어내기 시작하고, 이 수분은 절임액과 섞이면서 통 안의 국물이 점점 늘어난다. 국물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가 상했기 때문이 아니라, 무와 절임액 사이의 농도 차이를 맞추는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비롯된다. 절임액에 물을 따로 붓지 않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액체는 저절로 늘어난다.
무에서 빠져나온 수분은 절임액과 섞이면서 치킨무 특유의 새콤달콤한 국물이 된다. 이 국물의 기본 구성은 식초, 설탕, 소금이다. 이들 각각은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관만 잘 이뤄진다면 일반적인 식용에는 문제가 없다. 실제로 치킨무 국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들도 있고, 샐러드나 비빔면 소스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단, 이 국물이 안전하려면 냉장 보관이 전제돼야 한다. 아무리 구성 성분이 안전해도 보관 환경이 엉망이면, 오염 가능성은 높아진다. 색이 탁해지거나,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거나, 표면에 거품이 생긴다면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냉장 상태에서 알맞은 기한 안에 먹는다면, 치킨무 국물은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치킨무가 시간이 지나도 식감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절임액 덕분이다. 삼투압을 통해 무 내부 수분이 절임액으로 이동하고, 이 액체가 다시 무의 표면을 감싸면서 보존력이 생긴다.
무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분을 내보내지만, 절임액 덕분에 그 식감이 그대로 유지된다.
즉, 국물이 많아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치킨무의 품질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통 안의 든 액체가 증가하는 건 삼투압이 잘 작용하고 있고, 절임 환경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