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과 체온에 의해 오염되기 쉬운 잠옷
우리가 잠잘 때 입는 잠옷은 숙면을 돕기 위해 제작된 옷이다. 우리는 수면 중에도 온도 변화, 침구 상태, 공기 흐름 등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는데, 이런 요소가 많을수록 아침에 느끼는 피로감도 커진다.
잠옷은 이런 외부 자극을 최소화해 몸이 안정적으로 휴식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즉, 적절한 잠옷을 입고 자는 것만으로도 깊은 잠을 유지하고 개운한 아침을 맞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땀이나 피부 각질이 바로 침구에 묻는 것을 막아, 시트나 베갯잇에서 세균이 번식하는 것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이는 여드름 같은 피부 트러블은 물론 각종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좋다.
문제는 잠옷이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을 때 이런 장점이 온전히 발휘된다는 점이다. 잠옷 역시 착용하는 동안 땀과 피지, 각질이 쌓여 세균 증식을 유발할 수 있으며, 관리가 소홀하면 오히려 피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매일 착용하는 잠옷은 어느 주기로 세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이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달 28일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레스터대학교의 임상미생물학 전문가 프림로즈 프리스톤 박사는 잠옷은 하루 사용 후 갈아입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다만 샤워 후 바로 착용하고 땀을 거의 흘리지 않는 경우라면 사흘에서 나흘 정도까지는 착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잠옷을 최대 2주간 교체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더욱 커졌다. 잠옷은 피부와 밀착하는 옷인 만큼 다양한 미생물이 번식하기 쉬운 조건이 된다. 잠자는 동안 흘린 땀과 체온이 섬유를 따뜻하고 축축하게 만들어 세균이 빠르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피부에서 떨어진 각질, 피지, 땀 등을 영양분으로 삼아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잠옷을 입은 채 음식을 먹는 습관이 있다면 음식물 잔여물이 더해져 오염 속도는 한층 빨라진다.
앞서 2023년 런던위생열대의대 샐리 브룸필드 교수 연구팀은 세탁하지 않은 잠옷을 분석한 결과 황색포도상구균, 대장균, 진드기 등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평소에도 피부에 존재하는 균이지만 번식이 과하면 농포나 피부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대장균은 요로에 침투할 경우 방광염을 유발할 수 있다. 집먼지진드기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프리스톤 박사는 방귀도 잠옷 오염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방귀만으로도 속옷에 극미량의 배설물이 묻고, 이것이 잠옷으로 전이될 수 있어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생적으로 잠옷을 관리하려면 세탁 과정에서 몇 가지를 신경 써야 한다. 우선 대부분의 미생물은 60도 이상의 온수에서 제거되기 때문에에, 옷감이 견딜 수 있는 범위라면 따뜻한 물로 세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단, 세제를 과하게 넣으면 잔여물이 남아 피부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량을 적정선에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헹굼도 충분히 해야 한다.
세탁 후에는 반드시 완전히 건조한 뒤 보관하거나 착용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습기가 남으면 곰팡이가 자라기 쉬운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가족 중 피부염 등 피부 질환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잠옷을 따로 세탁해 교차 오염을 막는 것이 좋다.
매일 세탁이 어려운 경우에는 착용 후 바로 통풍시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위생을 유지할 수 있다. 벗은 잠옷을 침대 위에 그대로 두면 습기가 갇혀 세균 번식이 빨라진다.
대신 의자나 건조대에 널어 공기가 잘 통하도록 하고, 햇빛이 드는 자리에 잠시 두면 자외선 덕분에 살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단단한 옷걸이에 걸어두면 냄새가 옷에 배는 것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