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할까
한동안 “물은 하루 최소 2L를 마셔야 한다”는 말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 또 어떤 시기에는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다”는 주장이 뒤따랐다. 물 섭취량에 대한 정보가 극단을 오가면서, 실제로 얼마나 마셔야 하고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한 박현아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수분 섭취 기준에 대해 “내가 먹는 칼로리만큼 cc로 물을 마시면 된다”고 밝혔다. 하루 2000kcal를 섭취한다면, 2000cc의 수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사람은 하루 동안 땀, 호흡, 소변 등으로 수분을 잃는다. 자는 동안에도 물은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기상 직후 물 한 컵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단, 너무 차가운 물은 위를 자극할 수 있어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을 섭취해야 한다.
문제는 만성 탈수다. 겉으로는 아무 증상 없어 보이지만, 수개월 이상 물을 적게 마신 상태가 지속되면 신체는 서서히 부담을 받는다. 수분이 약간만 부족해도 피부가 건조해지고,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않으며, 감정 기복까지 커진다.
내 몸의 수분 상태는 소변 색으로 가늠할 수 있다. 맑고 투명하거나 연노란색이면, 수분 상태가 양호하다. 하지만 점점 진해져 진갈색에 가까워진다면, 탈수가 진행 중이라는 신호다.
하루 2L 정도의 물을 마시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일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조절이 필요하다. 심장 기능이 저하돼 혈액 순환이 어려운 경우, 콩팥 기능이 떨어져 수분을 배출하지 못하는 경우, 간이 단백질 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해 수분 조절이 어려운 경우엔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무조건 2L의 물을 마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 외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물은 제한할 이유가 없다. 단, 평소 위장이 약하거나 위산 역류를 자주 겪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식사 중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소화가 어려워지고, 위산이 희석되면서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올라올 수 있다. 특히 너무 짜거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물을 연달아 마시는 습관이 있다면, 식단부터 점검하는 게 우선이다.
물을 많이 마시는 건 좋지만, 한 번에 몰아 마시는 건 피해야 한다. 사람의 신장은 1시간에 약 1L 정도의 수분을 처리할 수 있다. 이 이상을 빠르게 마시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희석되면서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심할 경우, 뇌세포에 수분이 몰리며 뇌부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몸에 무리가 덜 가도록 따뜻한 물을 권장한다. 체력이 약한 사람이나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이 찬물을 갑자기 많이 마시면, 위장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교감신경계가 반응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체온과 가까운 온도의 물을 천천히 나눠 마시는 게 가장 부담이 적다.
하루에 권장되는 물 섭취량은 대략 다섯 잔이다. 한 잔이 200ml 기준일 때 약 1000ml, 여기에 음식으로 섭취되는 수분이 더해지면 2000ml 안팎이 된다. 이 정도면 하루 필요 수분을 무리 없이 충족할 수 있다.
물을 꾸준히 마시면 피부는 매끄러워지고, 대변은 부드러워지며, 배고픔으로 인한 과식도 줄어든다. 단기적인 변화뿐 아니라 방광 건강, 결석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