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마케터 인턴이 AI 활용하는 법

UX/UI만 하던 학부생의 B2B 마케터 인턴 도전기

by 디리니

마케팅 인턴으로 일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사실 나는 마케팅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이다. UX/UI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마케팅은 나와는 조금 다른 영역이라고 느꼈다.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인터페이스를 다듬는 일.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AI가 나오면서 서비스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점점 쉬워지고 있다. 예전에는 개발자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들이 이제는 몇 시간이면 프로토타입으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무엇을 만들었는지보다,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기능이라도 어떤 언어로 포장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제품이 된다.

그 생각이 들었을 때, B2B 마케팅을 제대로 이해해보고 싶어졌다. 단순히 "마케팅도 해볼까" 수준이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 자체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 콘텐츠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처음 업무를 접했을 때는 막막했다. 뭘 봐야 하는지, 어떤 지표가 중요한 건지, 감이 전혀 없었다.

그냥 다른 계정들 보면서 "이건 잘 됐네, 이건 별로네" 정도의 느낌만 있었지

그런데 한 달 동안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반응을 보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일단, 요즘은 양산화된 SNS 계정이 정말 많다. AI로 찍어낸 듯한 콘텐츠, 비슷비슷한 템플릿, 똑같은 말투. 그런 것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퀄리티 높은 계정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BIZU CAFE나 DAY1 매거진 같은 계정을 보면서 생각한다. '왜 이 문장이 선택됐을까.' '이 메시지는 어떤 고객들을 위한 언어일까.' '이 순서로 정보를 배치한 이유가 뭘까.'






예전에는 그냥 "느낌 좋다"로 끝났을 것들이, 이제는 질문이 된다. 반응이 터지는 문장을 감각적으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이해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직 답을 다 찾은 건 아니지만, 질문을 던지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 같다.








⚙️ 반복 업무를 자동화했다

업무를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건,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질수록 몰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회사에서 생산성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 내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 SaaS 구독하는 것은 슬랙 한마디로 되는 회사였기 때문에, 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가? 이것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판단했다.


인턴이라고 해서 한 가지 일만 하는 게 아니기도 했기 때문이다. SNS 콘텐츠도 만들고, 인사이트 분석도 하고, 부스 디자인도 하고, 리플렛도 만든다. 그 사이사이에 소소한 루틴 업무들이 끼어든다. 그중 하나가 슬랙에 올라오는 마케팅 리드를 스프레드시트에 옮기는 일이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게 은근히 집중력을 갉아먹었다. 슬랙 알림이 오면 확인하고, 복사하고, 시트에 붙여넣고. 몇 분이면 끝나는 일인데, 그 몇 분이 하루에 여러 번 반복되니까 몰입이 계속 끊겼다. 뭔가에 집중하려고 하면 또 알림이 오고, 흐름이 끊기고, 다시 집중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처음엔 Make나 Zapier 같은 자동화 툴을 써볼까 했다가 생각보다 금방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Google Apps Script로.


가장 어려웠던 건 슬랙에서 메시지를 가져오는 부분이었다. 슬랙 API를 연결하면 모든 채널의 메시지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그중에서 특정 채널의, 특정 형식의 리드만 골라내야 했다. 그런데 메시지 형식이 제각각이었다. 어떤 건 이름이 먼저 나오고, 어떤 건 회사명이 먼저 나오고, 어떤 건 줄바꿈이 있고 없고.



그래서 Zapier 무료 플랜으로 최근 50건의 메시지를 뽑아서 패턴을 분석했다. email로 어떤 형식으로 들어오는지, 공통점은 뭔지, 예외 케이스는 뭔지. 그걸 바탕으로 필터링 로직을 짰다. 특정 키워드가 포함된 메시지만 잡아내고, 거기서 필요한 정보만 추출해서 시트에 자동으로 넣는 구조. 물론 이런것도 AI가 다 했다. 생각만 내가 했다.


애플에서 배웠던 개발자적 사고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되는데 여기서는 왜 안되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하다보니 찾게 되었다.

완성하고 나서 대표님과 마케팅팀에 직접 공유했다. "이런 거 만들어봤는데, 쓸 만할 것 같습니다." 반응이 좋았다. 사실 제안하는 게 좀 떨렸는데, 해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자동화 이후에는 하루에도 몇 분씩 끊기던 순간이 사라졌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본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됐다. 업무를 바라보는 여유도 생겼다.


� AI를 워크플로우에 녹이는 중이다

요즘 가장 많이 고민하는 건 AI를 어떻게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매일 출퇴근길에 조쉬나 다른 AI 유튜버들의 영상을 본다. 클로드로 뭔가를 자동화하는 영상, 에이전트를 만드는 영상, 워크플로우를 설계하는 영상. 보다 보면 "이거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실제로 해보고 있다.

스크린샷 2026-01-20 오후 7.55.24.png 실제 참고한 유튜브 레퍼런스


� 첫번째, 콘텐츠 배포를 구조화했다

마케팅 일을 하면서 콘텐츠를 여러 채널에 배포하는 일을 맡게 됐다. 인블로그에 올라간 글 하나를 뉴닉, eo, 링크드인 세 곳에 각각 다른 형태로 가공해서 올려야 한다.

처음엔 단순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복사해서 조금 다듬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해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채널마다 반응하는 포맷이 다르다. 링크드인은 카드뉴스 형태가 잘 먹힌다. 뉴닉은 조금 더 발랄하고, 말 거는 듯한 톤이 어울린다. eo는 또 다른 결이 있다.

결국 하나의 메시지를 세 가지 언어로 이걸 매번 수작업으로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품질이 들쑥날쑥해진다.

그래서 AI를 활용해서 이 과정을 구조화해보기로 했다.

먼저 각 채널에서 조회수가 높았던 글들을 모았다. 뉴닉에서 반응이 좋았던 글들은 어떤 문장 구조를 갖고 있는지, eo에서 많이 읽힌 글들은 어떤 흐름으로 전개되는지를 분석했다. 그리고 그 패턴을 바탕으로 프롬프트를 설계했다.

이제는 인블로그 원문을 넣으면 각 채널에 맞는 형식으로 초안이 나온다. 물론 그대로 쓰진 않는다. 하지만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과 초안에서 다듬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시작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업 속도와 품질이 달라진다.


스크린샷 2026-01-20 오후 8.02.01.png 사실 아직 agent, skill도 이해 못하고 있고 이렇게 쓰는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일단 써보고 있다





� 개발자들이 쓰는 것을 마케팅에 적용해봤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조금 더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고 있다.

요즘은 Antigravity라는 도구를 쓰고 있다. Cursor와 비슷한 개념이다. 코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업을 에이전트처럼 수행할 수 있다.

개발 쪽에서 Claude Code를 쓸 때 링크드인에서 구봉님께서 올리시는 글조쉬가 올리는 유튜브를 출퇴근길에 많이 보는데, /clarify나 /wrap 같은 명령어를 설정할 수가 있다.

/clarify는 모호한 부분을 질문으로 명확하게 만들어주고, /wrap은 작업 결과를 정리해서 저장하는 기능이다. 이걸 보면서 생각했다. 이거 마케팅에도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마케팅 버전의 /clarify를 만들어봤다. 카피를 쓰다 보면 방향이 모호해질 때가 있다. "이게 누구한테 하는 말이지?", "왜 이 메시지여야 하지?" 같은 질문이 머릿속에서 맴돌지만, 바쁘면 그냥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AI에게 소크라테스처럼 질문을 던지게 했다. 내가 쓴 카피에 대해 계속 "왜?"를 물어보게 하는 것이다. "이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이 문장이 고객에게 어떤 행동을 유도하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뭐가 되지?" 이런 질문들을 받다 보면 흐릿했던 메시지가 선명해진다.

/wrap은 조금 다른 용도로 쓰고 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카피들을 DB에 저장하는 용도다. 그냥 저장만 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학습 데이터로 쓸 수 있게 구조화해서 쌓고 있다. 어떤 맥락에서, 어떤 타겟을 대상으로, 어떤 톤으로 썼는지를 함께 기록한다.

이게 쌓이면 나만의 카피 라이브러리가 된다.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카피가 효과적이었는지 찾아볼 수 있고, 프롬프트도 점점 정교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진짜 내가 30초 생각하는거보다 못하지만, 차곡차곡 쌓고 있다.


아직 완성된 시스템은 아니다. 매일 조금씩 고쳐가면서 실험하고 있는 단계다. 하지만 확실한 건, AI를 단순히 "글 써줘" 하고 쓰는 도구로만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작업을 자동화하고, 생각을 구조화하는 데 쓰고, 결과물을 축적해서 다음 작업에 연결하는 것. AI를 일회성 도구가 아니라 워크플로우의 일부로 만들고 싶다.

✍️ 무엇을 말할지가 아니라, 무엇만 남길지


B2B 마케팅에서 가장 크게 배운 건 이것이다. '

잘 쓴 문장'보다 '어떤 메시지에 고객이 반응하는지'를 고민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

줄글 형태의 콘텐츠를 카드뉴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여러 번 했다. 처음엔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문장을 다듬고, 표현을 바꾸고, 더 세련되게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깨달았다. 중요한 건 무엇을 말할지가 아니라, 무엇만 남길지였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계속해서 줄여서 한줄로 표현할 수 있을때까지 줄였다.

그리고 목표와 타깃을 뾰족하게 해야 더 찔린다. 뭉특한 칼로는 어디에나 쓸 수 있지만 어디도 벨 수 없다.


카드뉴스는 공간이 제한되어 있다.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되어 있다. 그 안에서 고객이 반응할 메시지 하나를 골라내는 게 핵심이었다.

부스 디자인과 리플렛 작업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멀리서 봤을 때 이 브랜드가 무엇을 하는지 바로 이해되는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직관적으로 전달되는가. 3초 안에 메시지가 들어오는가.

디자인이지만,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고 느꼈다. 예쁘게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전달되게 만드는 게 목적이다. "이게 사용자에게 전달되는가?"


� 다음 한 달

아직은 배우는 단계이고, 잘 모르는 것도 많다.

솔직히 실수도 진짜 진짜 많이했다. 듀데이트를 놓쳐서 퀄리티가 낮아진 적도 있고, 우선순위를 잘못 잡아서 중요한 일을 늦게 처리한 적도 있다. 학교에서는 늘 이끄는 역할만 해봤는데, 회사에서 팔로워십을 경험하니 보이는 게 달라졌다. 지시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양쪽의 입장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 뒤로 테스크를 받으면 먼저 묻게 되었다. "언제까지인가요? 우선순위는요? 이 일의 목적이 뭔가요?" 당연한 것 같지만, 이걸 먼저 묻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인턴이 이걸 물어봐도 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늦을 것 같으면 미리 공유하고. 신뢰는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서 쌓인다는 걸 배웠다.

다만 한 달 동안 확실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케팅을 감각이 아니라 생각의 구조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왜 이 문장인지, 왜 이 순서인지, 왜 이 포맷인지. 하나하나에 이유를 붙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1달은 따라가는 데 썼다.

다음 한 달은, 이 구조를 더 깊이 이해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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