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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글] 2025년 6월

AI 시대, B2B SaaS의 생존과 진화

by 기획하는 족제비
매달 인상 깊게 읽은 글과 생각을 정리합니다.
트렌드, 조직 관리, 기술, 기업에 대한 얘기를 다룹니다.


목차

1. AI가 불러온 '빌드의 시대', SaaS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2. 제품만 좋다고 팔릴 수 있는가? 한국형 HR SaaS의 생존 전략

3. Value Proposition, 우리는 어떤 가치를 통해 고객의 지갑을 열 것인가?




AI가 불러온 '빌드의 시대',

SaaS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원글: '바이브 코딩'이 SW산업 근간 흔들어..."SaaS에서 자체 개발로 다시 전환”


TL;DR

1.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는 저렴한 비용과 신속성을 무기로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 과거엔 ‘온프레미스’ 형태로 구축했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라는 문제가 존재했다.


2. 그러나 비개발자도 쉽게 코딩할 수 있게 돕는 AI 코딩 도구의 등장으로, 기업이 SaaS를 구독하는 대신 직접 내부용 툴을 개발하는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3.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 네트리파이(Netlify)의 데이터가 이를 증명하는데, 이들의 플랫폼에서는 AI로 구축된 웹사이트와 간단한 사내용 앱이 매일 수만 개씩 생성되고 있다. (네트리파이는 개발 배포 환경을 제공하는 일종의 PaaS 업체다.)


4. 이는 기업의 오랜 의사결정 문제였던 '개발이냐 구매냐(Build or Buy)'의 무게추를 다시 '개발'로 옮기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기성품을 구독하기보다 우리 회사에 꼭 맞는 툴을 직접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5. 이러한 변화는 세일즈포스와 같은 거대 SaaS 기업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한다. 특히 범용적인 기능이나 추가적인 맞춤형 기능은 AI 코딩을 통해 충분히 대체 가능하기에, 기존 SaaS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 다만 세일즈포스는 진작에 AI 에이전트로 전환했다. 센드버드도 비슷한 양상을 띄는데 특히 CRM, 자동화처럼 AI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분야는 전환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6. 아직은 초기 단계의 움직임이지만, AI 코딩은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되고 '바이브 코딩' 능력이 채용의 기본 조건이 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결국 모든 회사가 소프트웨어 회사가 될 수 있고, 누구든 자신에게 필요한 앱을 직접 만들어 쓰는 시대다.


인사이트

채용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현재 기획 중인 서비스는 AI Agent의 직접적인 대체 위협에서 비교적 후순위에 위치한다고 판단한다.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의 특성과 독점적인 '인재풀'이라는 경제적 해자(Moat)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SaaS가 AI 코딩으로 쉽게 대체될 것이라는 주장은 채용 서비스 영역에서는 과격한 일반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그 어떤 SaaS도 '절대적 안전지대'에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특히 기술적 해자가 없거나 낮은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기능(FAQ 챗봇, 단순 키워드 검색, 기본 대시보드 등)은 AI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예를 들어, 당장 Vercel로 n8n과 프론트 서버를 띄워 UI를 배포하고, Render로 파이썬으로 만든 API와 서버를 배포한 후, 이걸 사이트에 아이프레임으로 넣는 것만으로 ‘AI 챗봇’을 만들 수도 있다.


다만 이 모든 논의의 전제는 제품의 핵심 경쟁력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서비스를 기준으론 '인재 매칭 로직'과 ‘역량검사를 기준으로 검증된 인재풀’일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가 고민해야 할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고 생각한다.


1. 고품질 인재확보 플라이휠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우리는 이제 AI를 활용해 '후보자 경험(CX)'을 극대화할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 많은 양질의 인재 데이터가 플랫폼으로 모이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e.g., AI 모의면접, 개인화된 커리어 분석 리포트 제공 등)


2. 매칭 로직의 신뢰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 AI, 추천 로직이 고도화될수록 매칭 결과가 ‘블랙박스’가 되며 사용자는 이를 신뢰하기 힘들어진다. 어떻게 우리는 고객의 신뢰를 확보할 것인가?


동시에 계속 이 '경제적 해자'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해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어떤 서비스든 AI로 금방 대체될 위험에 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떠오른 아이디어는, (과거 센드버드가 SDK를 제공하던 것처럼) 비개발직군도 쉽게 자체 소프트웨어 구축이 가능한 것을 전제로, 채용 담당자를 위한 API, SDK(혹은 이에 준하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 있다. 그러면 그들이 사내 메신저에 연결하든 뭘 하든, 더이상 ‘매칭’이라는 플랫폼 UI/UX에 종속받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보여줄 수 있고, 새로운 과금 모델도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일명, 'API-First' 전략)



제품만 좋다고 팔릴 수 있는가?
한국형 HR SaaS의 생존 전략

원글: 한국 B2B SaaS 스타트업의 딜레마

출처: 카카오벤처스

TL;DR

1. 다른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낮은 단가의 불안정한 매출에 의존하거나, 한국 시장 현실과 맞지 않는 '제품주도성장(PLG)' 신화에만 기대는 것으로는 생존이 어렵다. → 한국 B2B SaaS 시장에서 PLG만으로 성장에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PLG는 Slack, Notion, Figma처럼 시장이 충분히 크고, 고객이 자연스럽게 제품을 전파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하는데, 한국 시장 환경상 이는 쉽지 않다.


2. 이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으로 '엔터프라이즈(대기업) 고객' 확보를 제시한다. 대기업 고객은 안정적인 매출, 시장의 신뢰를 담보하는 레퍼런스, 그리고 업계 표준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된다.


3. 대기업을 공략하기 위한 핵심 전략은 두 가지다. 첫째, 'SaaS의 SI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의미 있는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고객사 내부의 '[챔피언](https://www.relate.kr/blog/champion/)'을 발굴하고 그와 협력해 계약을 이끌어내는 '어카운트 매니저(AM)' 중심의 영업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


4. 한국 시장에서 '순수 SaaS'와 'SI'를 나누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분법적 사고일 수 있다. 오히려 대기업 고객의 요구에 맞춘 전략적 커스터마이징을 제품 개발의 기회로 삼고, 이를 다시 표준화하여 핵심 기능으로 발전시키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5. PLG와 세일즈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 PLG로 제품의 가치를 증명해 잠재 고객의 문을 두드린 후, 결국 구매 결정을 내리는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어카운트 매니저 중심의 정교한 세일즈가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


6. 결국 한국 B2B SaaS의 성공 공식은 하나의 정답이 아닌 '하이브리드' 전략이다. 제품의 힘을 믿되 사람을 놓치지 않고, 표준화를 지향하되 고객 맞춤을 두려워하지 않는 줄타기야말로 치열한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인사이트

B2B SaaS 판매 사이클을 경험했다면, SMB에 팔고 싶어서 파는 게 아니고, 다들 대기업에 팔고 싶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SMB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 것이다.


다만 대기업 세일즈를 포기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PLG 전략’을 말하는 경우는 지양해야 한다. ‘막연하게 제품이 좋으면 누구든 쓸 것이다’는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는 한 안일한 판단일 수 있다. 시장의 킹핀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PLG로 성장한 유명 기업들조차 주 수익원은 전문 세일즈 조직을 통한 엔터프라이즈 계약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SLG(영업주도성장)와 PLG는 양자택일이 아닌, 비중의 문제로 접근해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한국의 B2B SaaS 모델은, 초기 기반을 SLG를 통해 단단히 다지고, 장기적으로 PLG를 지향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B2B SaaS를 판매하다보면 (특히 대기업은) 전문 개발(SI화)을 요구한다. SLG ↔ PLG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SI ↔ SaaS의 관계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비중으로써 다뤄야 한다. 개인적으론 초기엔 맞춤 개발을 통해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Value Proposition,

우리는 어떤 가치를 통해 고객의 지갑을 열 것인가?

원글: 가치제안의 이해


TL;DR

1.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이란 우리 제품/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떤 혜택을 어떤 가격으로 제공하며, 왜 경쟁사가 아닌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정의하는 것이다.


2. 가치 제안은 고객(Customer), 혜택(Benefit), 가격(Price)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그 중 ‘혜택’은 '결핍의 충족(Fulfilling void)'과 '편익의 창출(Benefit creation)'이라는 두 가지 차원으로 나뉘며, 다시 금전적, 물리적, 감성적 혜택이라는 세 가지 유형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3. '결핍의 충족'은 고객의 명확한 문제(Pain Point)를 해결하는 '페인킬러' 전략에, '편익의 창출'은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비타민' 전략에 가깝다. 우리 제품이 고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제공하는지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제품 전략의 출발점이 된다.


4. 금전적·물리적 혜택은 단기적 효과는 강력하지만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있다. 반면, 독보적인 '감성적' 혜택은 고객의 인식을 바꾸고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되어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해자(Moat)를 구축한다.


5. 결국 성공적인 비즈니스는 고객에게 전달할 가치를 날카롭게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잘 만들어진 가치 제안은 단순한 마케팅 문구를 넘어, 제품의 존재 이유이자 시장에서의 대체 불가능한 포지션을 확보하는 핵심 전략이다.


인사이트

가치 제안에 대한 여러 설명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고객에게 전달할 가치를 날카롭게 정의하는 것’이라는 문장이다. 시장에 이미 비슷비슷한 상품이 넘쳐나는 지금, 이보다 더 중요한 말이 있을까 싶다.


과거에는 ‘새로운 아이디어’, ‘남이 하지 않는 것’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고 집착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세상을 뒤흔들 만한 근본적인 기술을 만드는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시장에 존재한다.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 남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추상적인 수준에서 보면 사실 별 차이도 없다.


가령 ‘배달의민족’이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해 보면, 당시에도 배달을 중개하는 플랫폼은 이미 존재했다. 하지만 배민이 시장을 장악하고 나니, ‘나도 저 서비스 생각했었는데’라고 말하는 사람만 주변에서 30명은 튀어나오더라. 결국 핵심은 모두가 안다고 생각했던 그 아이디어를 어떤 ‘디테일’로 풀어내는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디테일은 뾰족하게 깎아내어 정의한 ‘고객 가치’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일례로, 지인 중에 각기 다른 MCN을 운영하는 대표 두 분이 있다.


- A 대표: 전통적인 MCN 모델에 따라 광고/협찬 수수료와 틱톡 공식 대행사로서 받는 백마진으로 수익을 낸다.

- B 대표: MCN이지만 엔터테인먼트 사업 모델을 차용했다. 소속 크리에이터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거나 굿즈를 제작해 판매 수수료로 수익을 낸다.


겉보기엔 둘 다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회사지만, 이처럼 돈을 버는 방식, 즉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 당연히 세부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A사는 당장의 광고 효율이 나올 만한 크리에이터를 선호하고, B사는 고유한 캐릭터가 있어 IP나 굿즈로 만들었을 때 팬덤의 구매가 일어날 법한 크리에이터를 선발한다.


이는 큰 틀에서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전략은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그들이 '정의한 ‘고객 가치’가 다르기에 비즈니스의 디테일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기에, 우리는 우리가 집중할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 가설을 끊임없이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국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내 자리’를 만드는 일은, 날카롭게 정의된 가치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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