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
“안녕하세요, 혹시 무슨 일 하시나요?”
저번 주 토요일, 하루동안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왜냐면 한국스마트테크협회에서 주관한 스타트업 네트워킹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요즘에 대형 프로젝트 두 개를 마무리 중인 단계여서 크런치 모드인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다녀온 것인데, 그만큼 값진 시간을 보냈다고 느낀다(다음 날 일요일에 종일 일하긴 했다.). 좋은 사람들을 알 수 있었고, 목표도 달성할 수 있었고.
네트워킹에 참가한 명분은 확실했다.
IT 종사자 300명 이상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다양한 업계의 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내가 좋아하는 기획자 분이 특강에 연사로 참여하시는 것
대규모 네트워킹은 처음이라 재밌어 보인다는 점
이번 글의 주제는 네트워킹 데이에서 들었는 특강과 개인적인 후기를 다룬다. 내 보람찼던 2023년 3월 18일 토요일의 오후가 담겨있는 글.
사람들이 많이 올까? 엥 엄청 많이 오네?
네트워킹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더 많이 모였다. 강남의 KB 라이프타워에서 네트워킹이 진행됐는데, 다행히 일찍 도착하여 포토부스에서 사진 한방 찍고 내가 속한 PM 커뮤니티의 방장님과 잠깐 근황 토크를 했다. 요 근래 이 분도 크런치 모드로 지내시다가 여유가 좀 생기셔서 오셨다고 했다. 오랜만에 만나 뵈니 참으로 반가웠던 분.
이후에 세미나실에 들어가 맨 앞자리에 착석했다. 왜냐면 좋아하는 기획자님이 특강 할 때 맨 앞에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데다가 양 옆에 앉으신 분들과 이야기를 한다고 몰랐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 뒤를 돌아보니 세미나실에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사람이 많이 와 있었다. 통로에 예비 의자까지 깔릴 정도였으니까. 엥 이렇게 많이 모인다고? 깜짝 놀랐다. 첨부한 네트워킹 기사 사진을 보면 체감할 수 있을 듯.
이번 네트워킹은 한국스마트테크협회가 주관한 것도 있지만, 다양한 IT 커뮤니티들이 참여함으로써 완성된 네트워킹이었다. 이 날 참여한 커뮤니티는 아네모, 리노, 맥비, 치킨모임, 비즈니스경제독서. 나는 이 중에서 기획자 커뮤니티인 맥비에 속해있다. 사실 맥비님 특강이 있다고 해서 온 것이기도 하고.
네트워킹에는 기획자 외에도 개발자 디자이너, 스타트업 대표님들, 전문 직업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커뮤니티의 사이즈를 듣고, 네트워킹 장소를 둘러보니 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맞는구나 싶더라. 이렇게 업계 종사자가 많다니! 항상 겸손해야 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잠깐 주위 분들과 명함을 교환하고 네트워킹을 하다 보니 어느덧 특강 시간이 되었다. 특강이 종료된 후에 뷔페 식사를 하고, 스탠딩 네트워킹을 진행할 예정.
특강 1: 함께 성장하는 스마트 생태계
연사: 최희윤 소장님
1. 변화는 아주 빠르게 진행되며 삶이 변화하는 속도에는 가속이 붙고 있다.
2. 위기가 발생할 때, 위기는 기회를 동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코로나를 기준으로 급격하게 언택트 기술 등이 발전한 것을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위기는 기회와 Trade-off가 일어나며, 변화는 이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이제는 데이터를 통해 전문 도메인 예측이 아닌 빅데이터의 시그널 탐지가 빠른 시대가 오고 있다. 우한에서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한 달 뒤에 서울 등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가 발생할 것이라고 시그널을 감지한 사례를 말할 수 있다.
4. 초심을 잃으면 안 된다. 아마존 제프 베조스가 Day-1 마인드를 왜 가졌을지를 생각해 보라.
5. 디지털은 단순히 기술뿐 아니라 인문학적 요소가 가미되어야 그 가치가 완성된다. 이를 이이령 선생님께서
6. 한 ‘디지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문학적 콘텐츠와 만날 때 깊은 감동으로 이어진다.’라는 말에 빗대어 표현했다.
*사견) 요즘 ChatGPT 등 생성Ai 시대를 체감하면서 더욱 공감되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IT 씬에서 직무는 종국에 두 개로 수렴될 것 같다.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 아는 사람과 사람을 모으는 사람으로 말이다. 앞전의 사람은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뒷전의 사람은 사람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질문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질 시대에서는 사람들은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따라서 디지털 등 기계적인 것들에도 인문학적 요소들이 더해져야만 그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특강 2: 데이터 분석을 어려워하는 이유와 해법
연사: 베테랑 기획자 야메군
1. 우리는 데이터 분석의 방식을 어떠한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인가? 우선 아래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데이터를 기본으로 시각화하고 해석하고 분석해서 문제를 파악하고 답을 얻어내는 방식
- 가설, 검증으로 목적을 정의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증하는 방식
첫 번째 방식은 '그래서 데이터로 뭘 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하고, 두 번째 방식은 가설, 검증을 세우기 위해 문제를 먼저 봐야 한다. 결국 데이터 분석은 아래의 흐름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야메군님 교육 자료에도 나온 데이터 관련 프로세스
2. 기획이란 포지션에서 데이터를 바라본다는 것은 상당한 왜곡적인 이슈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왜곡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왜곡이란 가치관, 주관적 해석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3.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데이터는 목적 위에 설 수 없으며, 목적을 구체화하기 위한 근거로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감합니다.)
4. 최적화 Optimization의 이유는 불편하다 보다는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으로 귀결되며, 이용하기 어렵다는 시간과 분석 노하우의 부족이다. 따라서 최적화의 방향성은 부족한 시간과 노력을 대체할 수 있는 목적을 가져야 한다.
*사견) '데이터 문해력'이라는 책에서도 책에서도 야메군님이 말씀하신 것과 아주 유사하다. 데이터 분석은 목적을 검증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 애초에 분석의 정의가 ‘어떤 현상을 다양한 각도로 풀어서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인데, 어떤 현상(목적)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도 아닌데 분석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격이다. 따라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데이터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먼저 정의가 되어야 한다. 방향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요청하면 결국 돈, 시간, 인력 등 비용만 갉아먹는 짐덩이가 될 것이다.
특강 3: IT에서 살아남은 나의 썰
A.k.a. IT에서 살아남는 자와 사라지는 자
연사: 베테랑 기획자 맥비
강의 중인 맥비님 1. 선택적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맥비님의 경우에는 이와 같이 진행했다고 한다.
1) 성과가 나고, 성과를 인정받고,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하면 2년 후 나의 To-Be를 설정
2) 내가 가지고 싶은 업무적 스킬이 무엇인지 체크
3) 스킬을 쌓을 수 있는 회사가 어디인지 서칭 해서 입사
4) 2년 후 회고를 통해, 그 스킬을 보유했는지 확인
2. 중요한 것은 이직의 기준이 재직 중인 회사에서 Wannabe 스킬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 그리고 회사에는 생존 공식이 존재한다.
- Performance = f(Ability, Motivation)
- 성과를 내려면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과 원동력이 있어야 함
- Ability: 무엇을 할 수 있는 실제적/외적 능력
- Motivation: 그것을 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내적 요소
스탠딩 네트워킹 시간
특강 이후에는 뷔페식을 먹으면서 프리 네트워킹을 진행했다. 밥은 세미나실 밖에서 먹어도 됐는데, 자리가 애매해서 세미나실로 가지고 들어와 먹었다. 기존에 양옆에 계시던 두 분이랑 얘기 중 마케터, 프로덕트 매니저, 정보보안 이렇게 세 분이 추가로 자리에 합석하셔서 함께 얘기를 했는데, 궁금한 게 많아서 질문을 많이 했다. (식사 중에 괜스레 죄송..ㅎㅎ) ISMS 인증 제도에 대한 얘기도 했었는데, 이 대화가 참 기억에 남는다.
(좌) 뷔페 퍼온 것 / (우) 스탠딩 네트워킹 中
KISA의 개인정보 보호관리체계 인증, ISMS-P 제도.
요즘 잘 나가는 스타트업, 두들린에서 이 인증 마크를 획득했다고 링크드인에 업로드한 것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정보보안 쪽에 종사하시는 분이 이 인증 마크와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이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재밌었는데, 나도 언젠가는 이 인증 마크를 때문에 관련 체크리스트 보며 머리 싸매는 날이 오겠지 싶더라. 개인정보 보호법이 제일 무섭다. 관련해서 법무사 분이랑 메일링 하는 것도 쉽지 않고.
혹시 무슨 일 하시나요?
“아 프로덕트 매니저신가요? 그러면 도메인이 어디예요?”
이번 네트워킹에서 가장 많이 하고 다닌 말이다. 네트워킹 데이 때 나눠준 명찰을 통해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볼 수 있긴 하지만, 대화를 붙이기 가장 간단한 말인 만큼 자연스럽게 자주 이 말이 나왔다.
프로덕트 매니저, 서비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등 많은 분들이 계셔서 얘기를 다양하게 나눴는데, 먼저 인사해 주시고 경청하려는 모습들이 참 기억에 남는다. 물론 나 또한 그들의 말을 더 잘 듣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꽤 재밌는 스탠딩 네트워킹은 두어 시간 정도 즐기다가 끝났다. 나는 친해진 분들과 얘기를 더 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고, 이동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네트워킹 행사가 끝났다고 연락 왔다.
그래서?
생각보다 더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특강 시간이 짧아서 아쉬운 것도 있었지만 좋아하는 분들의 강의도 볼 수도 있었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결국 내 인생 첫 300명 규모의 네트워킹 데이는 성공적이었다. 언젠가는 나도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 앞에 서서 내 썰을 풀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더 노력해야지.
P.S. 조만간 스마트테크협회에서 네트워킹을 한번 더 개최한다고 한다. 곧 프로덕트가 론칭되는 것도 있고 개인적인 일도 겹쳐서 요즘 계속 크런치 모드로 지내고 있는데, 해당 일에 좀 잠잠해질 것이라고 판단되면 참여하든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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