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 씨에게

5월 13일

by 화니와 알렉산더

자본주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이 상품화될 거라는

당신의 예측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맑스 씨

보고 계신지요


공산당선언 마지막 줄 그리고

제1인터내셔널, 그러니까

국제노동자협회 연설에서

당신은 만국의 노동자들에게

단결하라고 말했습니다


맑스 씨

보고 계신지요


만국의 노동자들은 단결하지 않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부르주아는 곧 없어질 질병이라고 하셨죠

당신이 세상을 떠난 지 141년이 흘렀습니다

바야흐로 부르주아의 시대입니다


맑스 씨

보고 계신지요


당신은 요즈음 올드 머니 Old Money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어쩌면 당신이 모를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어떤 연예인이 있는 집 자식이라는 사실이

대중에게 큰 소구력을 갖습니다


상류층의 세계에서 세거(世居)하는 토박이들을

현대인들은 부러워합니다


세습되는 자본은 청년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맑스 씨

저는 결코 당신을 조롱하고자

이 편지를 작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철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해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저는 당신의 이 말을 좋아합니다


저와 제 동지들이 만들 세상을

당신이 좋아하실 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자본주의가 최상의 경제체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그 세상은 화폐가 물신성을 지니는 세상은 아닐 겁니다

인간으로부터 인간이 소외되는 세상은 아닐 겁니다

세상은 탈종교화된다는데 역설적으로 물신(物神)의 신도들은 증가하는

그런 세상은 더 이상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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