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서 내내
서성거린 인생이었다
문은 열려 있는데
나는 걸을 수 있는데
나는 문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나갈 수 있지만
나갈 수 없다
이 모순 위에서 내내
앉아 있던 인생이었다
나가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여남은 번의 꿈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말이다
근래에는 이따금
모순을 박차고 일어나기도
온종일 문을 바라보기도
심지어 감히 문고리를 잡아보기도
무작정 일어났다
오늘의 망치를 잡았다
모순을 부쉈다
그건 생각보다 쉽게 깨졌다
문을 열었다
그건 생각보다 쉽게 열렸다
문 밖은 너른 잔디밭이었다
발을 디뎠다
신발이 없는 나는
발을 데었다
신발은 나에게 걸어오지 않는다
평생 누군가 나에게 신발을
배달해주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신발을 사러 가야지
발바닥의
살갗이 뜨겁다
살갗이 베인다
뒤를 돌아보면 발자국이 붉은데
괴롭다고 문 안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지금 다시 돌아가면
나는 평생 문 밖으로 못 나온다
신발을 사러 가는 길
신발을 사면 여행이라는 걸 해보련다
그때는 더 멀리 갈 수 있을 거야
신발을 사러 가는 길
어느덧 문은 보이지 않는다
두려운 마음을 양말처럼 신고
그 위에 희망을 신발처럼 신고
신발을 사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