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1월 23일

by 화니와 알렉산더

사막을 건너던 스무살

너무 외로워서 여우라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했다

여우는 없었고 기도는 멈췄다


도시를 건너는 서른살

여전히 여우는 없고

신실한 신자였던 나는

신실한 무신론자가 되어

신성모독을

매일 세번씩 한다


어제는 욕을 하다가

종이에 손을 베었고

손이 베었기 때문에

욕을 일분간 뱉었고


사막을 건너던 스무살

사실 나는 여우를 만난 것도 같은데

내가 기대하던 여우의 모습과 너무 달랐어서

그를 못본체하고 떠났던 것도 같은데

등뒤에서 나를 부르는 여우의 음성을 들었던 것도 같은데


따라오는 여우에게 욕을 했던 것도 같은데

코스피를 성경처럼 읽다가

문득 그 여우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동물원에 찾아가서

여우한테 사과한다


사막을 건너던 스무살

사실 사막에는 여우가 많았던 것도 같은데

이제 와서 그게 뭐가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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