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머니룩에 대하여

한국사회 관찰기

by 화니와 알렉산더

양극화와 저성장 시대 청년들의 심리적 지형도


양극화가 극심한 사회가 한국사회라고들 하지만 - 그리고 이는 여러 지표를 통해서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입증되는 사실이지만 - 필자는 아 우리 사회에서 뚜렷한 계급투쟁의 징후를 읽은 바 없다.

외려 한국의 청년들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정신적 또는 심리적 공통점은 '상류층에의 동경'이다.

그들은 상류사회의 구성원들을 질시하지도, - 부를 과시하는 부자들에 대한 프랑스 시민들의 태도처럼 - 백안시하거나 혐오하지도 않는다.

다만 사모할 뿐이다.


1%를 숭앙하는 99%의 청년들


분명 특이한 현상이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계급투쟁이 심화된다고 말했던 인물은 마르크스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요원한 무언가 또는 불가능한 무언가로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자본주의의 세례를 받은 청년들은 구조와 질서에 의해 순치된다.


몇 해 전, 어느 유튜버로 인해서 인터넷이 떠들썩했던 사건이 벌어졌다.

그녀는 성수동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며 명품 브랜드 옷을 즐겨입는 유튜브로서 부를 과시하거나 부유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컨텐츠들로 큰 인기를 끌었던 유튜버였다.

그녀가 착용한 의상과 악세사리가 대부분 가품 - 소위 '짝퉁' - 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큰 논란이 빚어졌다.

놀랍게도 그녀에 대한 사회적 공격의 양상은 가품 착용을 둘러싼 도덕적 비판이 아니었다.

그 사건의 본질은 '괘씸함'과 '계급'이었다.

'금수저'가 아닌 주제에 감히 금수저 행세를 하며 우리를 속였어?

금수저를 참칭(僭稱)한 것이 그녀의 죄목이었다.

(물론 가품 착용은 부끄러운 일이고 질타 받아야 할 일이지만, 당시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후과는 과도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부모의 돈으로 구입한 줄 알았던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옷들과 가방들이 사실 짝퉁이었다니!

역시 부모가 사주었을 것으로 짐작했던 비싼 아파트가 자가가 아니라 그곳에서 월세로 거주하고 있었다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의 정신적 단면을 명징하게 드러낸 사건이라 인상적인 사건이었다.


올드머니(Old Money)룩


상류층에의 일방향적 추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올드머니룩'이 유행하는 현상이다.

올드머니란 무엇일까?

일본에서 조어한 어휘인 듯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는 엄연한 영어 표현이다.

영어에서 'Old Money'는 상속받은 재산을 의미한다.

올드머니는 개인이 근로소득으로 창출한 부가 아닌,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부를 지칭한다.

즉 '올드머니룩'이란 부유한 명문가 또는 세습 귀족 가문 출신 인사들의 외양 또는 패션 스타일을 지칭하는 말이다.

필자에게 매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올드머니룩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비단 우리나라 청년들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Why Is Gen Z So Obsessed With 'Old Money Style'?

왜 Z세대(90년대 중/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이 형성하는 인구집단)는 '올드머니 스타일'에 그토록 빠져있는가?


올해 4월 5일에 미국의 유명한 남성 패션 잡지인 GQ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How Gen Z gave the 'old money' aesthetic an egalitarian makeover

Z세대는 어떤 방식으로 '올드머니' 미학에 평등주의적 변화를 주었는가


이것은 2년 전인 2022년 10월에 유명한 미국의 여성 패션 잡지인 'Haper's Bazaar 하퍼스 바자' 호주판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우리나라 청년들뿐만 아니라 미국과 호주 등 서구 선진국 청년들에게서도 상류층에의 흠모와 그것의 표상인 '올드머니룩'에 대한 관심을 발견할 수 있다.

세습으로써 사회에서 최상류층을 점하는 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

필자가 생각하는 근원적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이나 사회주의에 대한 동조를 읽었다면, 독자께서 이 글을 오독한 것임음을 밝힌다.

처칠이 민주주의에 대해 한 말인 'Democracy is the worst form of government, except for all the others.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부 형태이다. 다른 모든 정부 형태들을 제외하고.'를 참 좋아하고 이 말에 동감한다.

참고로 Democracy is the worst form of government, except all those other forms that have been tried time to time. 이 버전도 전해진다.

필자는 경제 체계에 있어서 자본주의도 꼭 같다고 믿는다.

자본주의는 분명 최악의 경제 체계이지만, 더 나은 경제 체계가 없다는 것.

다만 자본주의를 통제하고 자본주의의 후과를 교정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정부에 의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노력은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로써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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