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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와 알렉산더 Feb 04. 2024

Anatomy of a Dismay

실망의 해부 

데이비드 린 David Lean, 오손 웰스 Orson Welles, 루이스 부뉴엘 Luis Buñuel, 로버트 올트먼 Robert Altman,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Francis Ford Coppola, 마틴 스코세이지 Martin Scorsese, 구로사와 아키라 Akira Kurosawa, 데이비드 린치 David Lynch, 코엔 형제 Coen brothers, ...


이들의 공통점은 황금종려상(Palme d'Or)을 수상한 영화감독이라는 것이다. 1955년 시작된 이래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그해 최고의 영화에 수여되어 왔다는 평을 받는다. 전 세계의 영화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 황금종려상이라는 데에 이견은 많지 않을 것이다. 노벨문학상이 시상된 직후에 여러 출판사들이 수상자의 작품들을 급하게 번역하여 출간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인해서 수상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황금종려상 수상도 수상 작품에 대한 수요를 증대하는 데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늘, 어제(2월 3일) "추락의 해부" 관객수가 2만 명을 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에 따르면, 국내 관객들의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고도 한다. 나는 이 작품을 이틀 전에 감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에게는 극히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마음에 드는 영화는 길게 소개하겠다. 이 영화는 굳이 정성과 시간을 들여서 비평하고 싶지 않다. 


"추락의 해부"는 상업영화라고 하기에는 상업성이 없고 예술영화라고 하기에는 예술성이 없는 영화였다. 장르영화를 표방하는 이 영화에 장르성의 측면에서 질문을 던져볼까?  강한 서스펜스가 영화 내내 지속되었나? 전혀. 어느 신 또는 시퀀스에서도 서스펜스를 느낄 수 없었다. 반전이나 매력적인 서사를 지닌 작품인가? 반전이라 부를 만한 것이 전혀 없고 독창적인 서사를 지닌 작품도 아니다. 진실의 상대성. 한 가정의 외면과 내면 사이의 간극. 많은 작품에서 변주되며 반복되는 라이트모티브 (leitmotiv) 아닌가? 


서사적 독창성의 부재는 이 영화가 새로운 인식을 생산하는 데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이미 다른 곳에서 여러 번 들은 이야기를 또 늘어놓고 있다는 뜻이다. 훌륭한 영화가 반드시 인식적 지평을 넓히는 영화인 것은 아니다. 보편적인 주제를 뛰어난 서사로써 이야기하는 영화도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보편성을 지닌 주제를 훌륭한 화술로 전하는 영화인가? 전혀. 실험적인 영화적 기법이 도입되었는가? 전혀. "추락의 해부"는 상업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지루하고 예술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범속한 영화였다. 


내가 "추락의 해부"에서 가장 - 그리고 유일하게 - 마음에 드는 것이 제목이다. 제목 참 시적이지 않은가. 사실 이 제목은 오래된 명작의 제목을 패러디한 제목이다. 오토 프레민저 (Otto Preminger) 감독의 "살인의 해부 Anatomy of a Murder" 말이다. 


다음 주 화요일에 씨네큐브에서 "리빙: 어떤 인생"을 관람할 예정이다.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 Kazuo Ishiguro 가 각본을 집필했으며 빌 나이 Bill Nighy의 명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한다. 기대를 던져본다. 나의 기대를 덥석 무는 영화일까. 씨네큐브에서 찌가 움직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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