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이면...

by 진하준

한 해가 지났다 무심코 넘겼던 하루들이 돌아보니 나를 만들고 있었다

시작은 별것 아니었다

그저 하나씩 해보자는 마음, 작은 결심 하나 그것이 이어져

하루가 되고 하루가 이어져 계절이 바뀌었다


어제와 오늘, 별다를 것 없어 보였던 날들

그러나 그 속엔 묵묵한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크게 뭔가 이룬 기억은 없지만

도망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조용히 피어났다


작은 성취들을 외면하지 않고 내 안의 변화들을 귀 기울여 보았다

사람들은 불꽃을 기억하지만

나는 잿빛 속에 남은 온기를 기억한다

타오르진 않았어도 꺼지지 않은 불씨가

내 안에서 천천히, 꾸준히 나를 데우고 있었다

그 불씨는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조용히 나를 향해 빛나고 있었다


어느 날은 지우고 싶었고 어느 날은 포기하고 싶었고

어느 날은 그만하자고 중얼거렸다

그럼에도 손끝에 힘을 주고 다시 써내려간 하루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무너지지 않은 날들이 쌓여 결국 나를 단단하게 세웠다


처음엔 흔들렸고 중간엔 지쳤으며 끝에는 고요해졌다

그 고요함은 체념이 아닌 평온이었다

마침내 나도 내가 걸어온 길을 믿게 되었으니까

누구에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믿음 그것이 삶을 조금 덜 흔들리게 했다


남들보다 빨라지지 못했다

하지만 어제의 나보다 나아졌다

그건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나만의 확신이다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나는 내 길을 걸어왔다


1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할 수 없었지만

1년 내내 한 걸음씩 나아간 나는 이제 스스로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나는 몸으로 체득했다


성공이란 말 대신 ‘지속’이라는 단어를 품에 안는다

찬란하진 않아도 흐려지지 않는 나만의 시간들이

내일의 나를 또 조금 자라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내일이 쌓이면 나는 또 다른 오늘의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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