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미련...

by 진하준

그대여, 지나간 인연을 미련이라는 실로 묶어두지 말아요

떨어진 꽃잎을 다시 붙이려 애쓴다고 봄이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요


우리는 분명 서로의 하루를 채우던 존재였고 한때 서로의 계절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 이름 앞에 '지난'이라는 말을 붙여야 하죠


사라졌다고 해서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기억은 남고, 감정은 스며들지만 우리는 그 안에 멈춰 있을 수 없어요

그 순간이 아름다웠다면 더더욱 지금 떠나야 합니다


지나간 인연은 붙잡을수록 희미해지고

그리움의 그림자처럼 점점 사라져버리죠

손에 남은 건 언제나 빠져나간 온기의 잔향뿐이니까요


그대가 그토록 붙들고 있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과 있던 시간의 따뜻함이에요

그 시절의 자신, 그때의 마음 그 모든 것을 포기하지 못해

그 사람을 놓지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알아야 해요

사람은 시간이 아니고,

그리운 순간을 아무리 되돌아봐도

시간은 그 사람을 대신해주지 않더라고요


그대를 떠난 인연은 그대의 삶을 다 채우지 못한 인연이었어요

그래서 비워진 자리는 언젠가 다른 무언가로 채워질 수 있죠


남겨진 사람은 남아있는 이유가 있는 거예요

그 자리에서 다시 살아가기 위해 조용히,

하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걸어가야 하죠


마음에 문을 닫아두지 말아요

비워진 마음은 언젠가 다시 꽃이 피기 위한 공간이 될 테니까요


그리움도, 아쉬움도, 때로는 사랑도 그저 지나가야 할 감정이에요

당신을 묶는 밧줄이 아니라 당신을 여기까지 데려다준 발자취일 뿐이죠


그러니 그대여, 이제는 그 인연을 놓아줘요

흔들리는 손을 억지로 붙잡지 말고 떨어지는 마음을 탓하지도 말고 그저 자연스럽게 보내줘요


보내야 그대 자신이 남아요 놓아야 그대가 다시 걸어갈 수 있어요

지나간 인연을 미련으로 남기지 마세요

그대는 아직 사랑을, 삶을, 가능성을 다 써버린 사람이 아니니까요

앞으로의 계절을 향해 나아가요

진짜 봄은 떠나보낸 것 뒤에, 반드시 다시 피어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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