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남은 온도

by 진하준

창가에 앉아, 나는 오늘을 접는다
햇살은 늦은 오후의 색으로 느리게 번지고
커튼은 바람에 한 번, 마음에 한 번 흔들린다


손에 쥔 휴대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문장들

밖에는 나무들이 노랗게 타오르고
떨어지는 잎은 작별 인사처럼 가볍다


나는 그 가벼움이 부러워
한참을 창밖만 본다

식어가는 커피에서 김이 올라오면
너의 온도가 잠깐 살아났다 사라진다


책 위에 내려앉은 낙엽 한 장이
내가 잊지 못한 이름을 덮어버린다


사진 한 장이 바닥에 누워 있고
그 속의 우리는 아직도 웃고 있을까


나는 무릎을 끌어안고
부서지지 않게 조용히 숨을 고른다


가을은 늘 잘 지내냐고 묻는 얼굴로 와서
대답 대신 그리움만 더 선명하게 남긴다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온 바람이
밤새 내 마음을 너처럼 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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