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왜 끝났을까, 정말 몰랐을까

이별의 징조는 종종 아주 사소한 곳에서 시작된다.

by 진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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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우리는 별일 없이 헤어졌다.
늦은 저녁, 오늘 하루 어땠는지 묻고, 피곤하다는 말을 듣고, “잘 자”라는 말로 통화를 마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웃음기 섞인 인사, 약간은 무심한 듯한 말투까지도 익숙했다.
그래서 그날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며칠 뒤, 짧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단문 하나. 이유도 없었다.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미안하다’는 말만 남긴 채 대화를 끝냈다.
믿기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다정했던 사람이, 이렇게 아무 예고 없이 떠날 수 있다는 게


이별 후 한동안은 기억을 곱씹는 일로 하루를 보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를 수십 번 읽었고, 이전 대화들도 처음부터 다시 살펴봤다.
처음엔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천천히, 아주 작고 사소한 단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달 전쯤, 그녀는 대화를 자주 피했다.
“지쳤어”, “그냥 좀 혼자 있고 싶어” 같은 말이 늘었고, 통화 시간은 점점 짧아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요즘 바쁜가 보다’, ‘사람이 늘 같은 건 아니지’ 하며 넘겼다.
문제를 꺼내기보다, 무던한 사람인 척하려 애썼다.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외면했다.

그녀와의 마지막 데이트가 떠오른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대화는 거의 없었다.
음식을 먹으며 핸드폰만 보던 그녀에게, 나는 괜히 화를 낼까 망설이다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내 안에서도 어떤 감정이 무너지고 있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던 나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이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사랑은 천천히 무너지고, 우리는 그 조짐을 자주 외면한다.
사소한 침묵, 식어가는 말투, 함께 있는 시간의 공허함.
그 모든 게 이별의 신호였지만, 나는 보고도 모른 척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깨질까 두려워 침묵했던 선택들이 결국 사랑을 끝내게 했다.

사랑을 지키는 건 이해심이 아니라 ‘말할 용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땐 왜 몰랐을까. 정말 몰랐던 게 아니라, 그 사랑을 끝내지 않기 위해, 끝난 걸 인정하지 않기 위해
나는 모르는 척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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