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만이라도
20대 때 소개팅을 하고 온 친구에게 물었다. "만난 남자는 어땠어?"
친구는 대답한다. "멀쩡하게 생겼어."
그때는 잘생겼다는 얘기인지 못생겼다는 얘기인지 구분이 안 되었다. 표현이 신선하기는 했으나 그 당시에는 그런 표현을 잘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30년 전)
지금은 남자든 여자든 멀쩡하면 아주 좋은 상태이다. 멀쩡하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정상적이라고 표현해도 될 듯하다. 어느덧 우리는 기형적인 사회가 되어가면서 정상적인 것을 원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외적으로는 시대의 다양성으로 특색 있고 개성이 강한 사회가 되었다. 사회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특이하다고 했던 사람의 기준이 지금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편견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내적으로는 불확실한 인간심리가 팽배해지고 있다. 내적 변화라기보다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시대인 것이다.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가장 불안한 상태라고 한다. 한마디로 정신적, 심리적 문제들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코로나라는 질병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그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질병에 의해 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은 그 당시 공포심을 느꼈다. 같이 사는 가족조차도 서로에게 감염되지 않으려고 격리가 되어야 했고, 바깥의 사람들과 접촉도 하면 안 되었다. 코로나에 걸리면 네 탓이라고 서로를 질타해야 했고, 마스크를 구하고 백신을 맞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내가 우선이 되어야 했다. 외적으로도 비정상적인 삶이었고, 내적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극도의 불안감의 시기였다.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리는 같이 일상의 대화를 하고,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출퇴근을 하고,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도 마음껏 쇼핑을 하는 정상적인 생활을 절실히 원했다. 그리고 그것이 실현되었을 때 서로를 마주하고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
'정상적이다'는 '안정적이다'라는 말과도 연결이 된다.
나는 '동물농장'이나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동물들의 여러 가지 사연을 보고 듣는 것이 힐링이 된다. 한 번은 프로그램에서 문제견을 다루면서 전문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개들은 "새로운 변화보다는 안정을 원한다. 일상 그대로를 안심한다. 어제 같은 오늘을 원한다. 느리게 살고 싶어 한다."
현대는 새로운 변화, 호기심, 욕구 충족, 첨단의 디지털 등 동적인 것들을 추구하는 사회이다. 하지만 때론 기존의 것, 안정, 휴식, 느림, 아날로그 등의 정적인 것을 원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조화를 이룬다면 우리는 더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인간의 부산물)의 변형으로 또 비정상적인 일을 겪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가 기본을 지키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