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주는 하늘

by 여행하기 좋은날

일상에서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은 무엇이든 복잡한 것들뿐이다. 회사에 가기 위해 타는 지하철에는 옆을 돌아볼 수 없을 만큼 사람이 많고, 일을 하려고 꺼낸 노트북에 가득한 자료들은 날 더욱 피곤하게 한다.

밖에 나간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길을 걸을 땐 이어폰을 끼고 한 손에 쥔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수많은 OTT 플랫폼 속 드라마, 예능을 봐야 하고 포털사이트 속 쏟아지는 특종을 하나라도 놓치면 큰일 날 것 만 같았다. 매일 아침 '오늘의 날씨'를 검색해서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고 비 오는 날은 우산 챙기기 귀찮다며 투덜거릴 뿐이다.


바쁜 일상 속에선 욕심도 사라진다.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며 마시는 차가운 커피 한 모금이 유일한 휴식이고, 행복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 작은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내가 무엇 때문에 바쁘게 사는 거지?'라고 생각이 들 때면 온전한 나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하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여유가 생긴다. 키보드 두드리며 마시던 커피는 테이블에 앉아 코로 한번, 눈으로 한번, 입으로 한번, 셀 수 없을 만큼 음미한다. 손에서 떨어질 것 같지 않은 휴대전화 속 OTT는 볼 겨를도 없이 늘 가방 안에 있다. 일상의 물건들이 하나둘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 풍경 속 모든 곳에 하늘을 보게 된다.


여행 속 하늘은 내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내셔널 갤러리 관람 후 나와 올려다본 하늘은

"좋았지? 이곳을 사랑하는 너의 마음 잘 알아"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여행의 끝이 가까워지고 있어 아쉬움이 커지는 내 마음을 위로해 줬다.

‘저 풍경 속에 비행기 하나만 지나가면 정말 그림같겠다’고 생각할때 거짓말처럼 비행기가 지나갔다. 여행 속에서는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이루어진 것 같다.


시드니 세인트메리대성당에 도착했을 땐 성모마리아가 들어오라며 손 내밀고 있었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성당들은 늘 편안함을 선물했다.


일상에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하늘을 만나면 날씨가 우중충하다고 투덜대며 우울한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오타와에서 만난 하늘은 내게 빈센트 반 고흐의 '삼나무가 있는 밀밭'을 선물했다.


이런 그림 같은 하늘 때문에 난 또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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