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아이를 낳고 난 후 자존감은 바닥이 났다.
그 무렵, 내게 들려오는 친구들의 소식은 소위 나만 빼고 다 잘 나간다는 이야기였다.
셋째 아이를 키우느라 몸이 힘든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은 그런 소식들이었다.
늘어난 몸무게도 한몫을 했지만 다이어트를 하지도 않았다.
우울함은 내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고, 곧 남편이 이런 나의 우울함을 감지했다.
남편은 언젠가 주부 우울증의 심각성에 대한 프로그램을 본 후부터 우울하면 꼭 말해달라고 신신당부했었다.
활발하던 내가 매일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억지로 웃는 게 보였다고 했다.
평소에 앞머리만 조금 잘라도 바로 알아보고 관심을 표현하던 남편이었기에 애초에 눈속임은 불가능했다.
나는 남편에게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다고, 친구들은 다들 성공했다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의 성공을 손뼉 쳐주지 못하고 부러워서 잠 못 이루는 스스로가 밉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난 남편은 자존감이 낮아진 것 같다며 일단 세 살밖에 안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자고 했다. 아이에게는 미안했지만 나는 바로 그렇게 했다.
단 몇 시간이라도 자유로운 시간을 만들어 준 남편이 고마웠고, 이 처방은 실제로 한동안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이어서 나는 곧 다시 힘들어했다. 아직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도 성공하고 싶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싶었다. 내 소식이 다른 친구들에게 전해질 때 성공한 사람이고 싶었다. 남편은 자동차 정비소를 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함께 일해 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우리의 성공이 아니라 나의 성공이었다. 하지만 나는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분야에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일이 정확히 나도 뭔지 특정할 수 없어서, 고민하면 할수록 답답함만 커져버렸다.
남편은 이런 나를 여러모로 신경을 써 주었는데, 그중 한 가지가 내가 좋아하는 맛집 식당에 데려 가 주는 것이었다. 꽃게장 백반집은 맛집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게탕과 남편이 좋아하는 게장이 한상 차림으로 나오는 곳이어서 특별히 더 자주 찾았다.
3주 연속 주말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 식당은 맛집답게 손님도 많았고, 우리는 단골손님답게 사장님과도 친해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꽃게장 식당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잘 나가는 우리 단골집 그 꽃게장 백반집 사장님이 돼보겠냐는 것이었다.
생각할 시간은 고작 3일밖에 없다고.
3일이 지나면 우리 말고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며, 권하는 순간부터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때 우리 부부는 절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남편 입장에서는 대박 식당을 운 좋게 얻게 된 것처럼 느꼈고, 아내의 우울증도 날릴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식당을 하시며 고생하시는 걸 봐 왔던 내가, 결코 식당만은 하지 않겠다던 내가, 사장님이 된다는 한마디에 이미 마음이 기울어버린 것이다.
단번에 자존감이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대박 식당 사장님으로 성공한 내 소식을 이제 다른 친구들이 듣게 될 것이었다. 후에 어떤 고난이 닥쳐올지도 모르고 행복했던 선택의 시간. 단 3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