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비법전수의 비밀(사장님은 꽃게가 싫다고 하셨지)
3일 만에 꽃게장 백반집을 인수하게 된 나는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인수 과정을 밟게 되었다. 사장님은 내게 언니라고 부르는 걸 쉽게 허락해 주었다. 나를 이끌어 줄 사장님은 그렇게 짧은 순간 나와 자매의 인연을 맺었다.
식당 인수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 무엇일까?
내 경우에는 꽃게장을 전혀 요리할 줄 몰랐기 때문에 비법이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대박집 비법전수를 위해 지불해야 했던 2,500만 원.
나에겐 동생이라고 부르고, 남편을 삼촌이라 부르던 사장님은 , 내가 식당일을 배우러 나가기도 전에 레시피값을 먼저 요구했다. 본인 사정이 워낙 다급하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이때 뭔가 잘못된 걸 알아챘어야 했다.
입금과 거의 동시에 내 눈을 가렸던 허영심의 콩깍지도 벗겨지고 있었다.
모든 음식을 직접 요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매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식당을 하다가,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신 친정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멋진 정장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단골손님들께 안부를 묻고, 계산을 하는, 환상 속의 사장님은 절대 될 수 없었다.
성공한 대박집 사장님은 커녕, 이제 성공한 친구들을 부러워할 시간적 여유마저 사라질 것이었다.
쉽다고, 재료준비 시간도 잠깐이라고, 익숙해지면 훨씬 더 빨라져서 개인적인 볼 일도 충분히 볼 수 있다며 용기를 주던 사장님의 태도는, 돈이 입금된 순간부터 180도 바뀐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말투에서부터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작된 억지 비법전수의 시간.
그곳은 아직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식당 직원들과 서빙을 함께 했다. 서빙도 다 배워야 한다고 했고, 나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했다.
하지만 첫날은 아침 일찍 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양념을 다 만들어버렸다고 해서 배우지도 못하고 서빙만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별다른 생각도 없었다.
다음날부터는 더 일찍 가서 재료준비 과정부터 사진을 찍고 메모해 가며 배워 나갔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비법이란 단어의 뜻과 사장님이 생각한 뜻은 달랐나 보다. 돈을 받을만한 비법이란 자신이 노력하고 연구해서 알아낸 진짜 귀한 레시피여야 했다.
적어도 내가 생각했던 건 그랬다. 백번 양보해서 그것도 양 조절이 필요한 거니 비법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이건 말이 비법전수였지 조미료가 다였다.
그것도 상식을 벗어날 만큼의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이런 걸 맛있다고 3주 연속 찾아와 먹고 다녔었다니.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은 내가 비법을 전수받는 동안, 점심식사를 이곳에 와서 해결했었다. 나는 우선 그것부터 중단시켰다.
조미료야 그렇다 쳐도 위생관념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랬다. 내가 보는 곳에서 하는 행동도 내 눈에는 심각한데 안보는 상황일 땐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단적인 예로, 아침마다 갈아야 할 고추양념을 만들 때 착용하는 전용 장화가 있었는데, 말이 전용이지 그 걸 신고 화장실까지 다녀와서 다시 고추를 밟았다. 놀란 눈을 하고 항의의 눈빛을 보내면 사장님은 환하게 웃으며 눈을 감으라고 했다. 동생이 할 때는 더 깨끗하게 하면 되는 거라고 하면서.
그동안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지 않거나, 질려서 안 먹는 거라며 반찬만 먹는 것도 그때서야 이해가 되었다. 이후에 우리 부부는 갖가지 핑계를 대고 식사권유를 거부했다. 인심은 참 좋은 분이었다.
우리 부부는 이 대목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다. 레시피 값을 날리더라도 꽃게장집을 포기하는 게 맞는 건지, 인테리어를 새로 준비하는 동안 새로운 소스를 연구해서 찾아 내 결국 진행시킬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결론은 후자 쪽을 택했다.
우리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은 결코 다른 사람에게도 먹일 수 없었다. 소스도 연구하고 위생부분도 철저히 체크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그 일은 후에 두고두고 단골손님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사장이 바뀌고 난 뒤, 식당은 깨끗하고 좋아졌는데 맛이 없어졌다는 쓴소리를 자주 듣게 된 것이다.
물론 성공한 것도 있었다.
간장게장은 야채만을 재료로 끓인 육수인데도 전수받은 것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이건 기존에 이곳 식당의 단골손님들이 하나같이 칭찬해 주신 것이니, 믿어도 좋을 것이다.
탕에는 최소한의 조미료를 사용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양념게장이었다. 특유의 감칠맛이 넘사벽이었다.
손님들은 양념게장에 항의하는 뜻으로 그것들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갔다. 어떤 손님은 레시피 그대로 넘겨받은 거 아녔느냐고 볼멘소리도 했다.
그땐 무슨 그런 분께 혼자 의리를 지켰는지, 지난 사장님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지는 않았다. 그저 더 노력하겠다는 말만 했고, 실제로 그랬다. 그 과정에서 마음고생은 심했고, 몸도 너무 힘들었다. 노력만큼 맛에 대한 장담은 못했지만, 내 꽃게장에 대해서만큼은 자부심을 가지고 요리했다.
깨끗하게 조리했고, 좋은 재료를 사용했다. 기존에 중국산 꽃게를 썼다면, 나는 베트남산 꽃게를 사용했다. 그런 나의 노력들은 지금까지도 나의 가족들과 직원들만이 알 것이다.
기존 거래처 사장님들은 이런 나의 노력을 안타까워했다. 더 좋은 재료들로 바꾸는 게 손님들에게는 물론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하다가 내가 망할 거라고 했다.
망할 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