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식당을 제안받았던 날부터 두 손을 번쩍 들고 항복하던 그날까지 하루도 마음 평온한 날은 없었다.
비법전수의 시간은 하루 만에 내 영혼을 가출시켜 버렸다.
특별히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그곳에서, 배우고 도와주며, 익혔던 모든 일들이 나를 지치게 했다.
한 가지 힘을 낼 수 있게 해 준 건, 그곳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따뜻한 태도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 아줌마를 향해 응원해 주고, 요령을 터득할 수 있게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사장님은 이곳을 나에게 넘기고, 자신은 다른 동네에서 같은 메뉴로 식당을 오픈한다고 했다.
자신과 함께 가기로 약속한 베테랑 직원들이 있어서인지 걱정 없는 해맑은 얼굴이었다.
한 사람은 주방에 없어서는 안 될 일명 대박집 주방장이었고, 한 사람은 테이블 세팅이나 자리배치등의 모든 일을 물 흐르듯 처리하는 서빙 쪽의 달인이었다.
다른 한분은 행동이 느려서 사장님은 별로 탐탁스러워하지 않는 분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신임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도 함께 가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들이 놀랍게도 한 사람씩 나에게 개인 면담을 요청해 왔다. 처음 내게 조심스럽게 면담을 요청한 사람은 세 번째 직원이었다.
사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이사 갈 식당이 자신의 거주지와 멀다는 이유로 여기 남아 나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도 오픈할 때 직원을 뽑아야 했던 데다, 경험자가 훨씬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장님과 이야기만 잘 된다면 함께 일 해 달라고 했다. 나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사장님은 밝게 웃으며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했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사장님이 철석같이 믿고 함께 가기로 했다던 서빙의 달인도, 나와 함께 일하고 싶다며 남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번에는 사장님도, 나도,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대놓고 서운한 얼굴을 하고, 따로 불러 가 설득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도 그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마음 불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분과 불편한 상태로 오는 건 나도 반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이야기를 잘 풀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다음 날 사장님은 다시 밝아진 얼굴로 내게 그 친구가 내 식당에 남아있게 된 게 다행이라고 했다. 잘됐다고 하며 그 친구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잘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자신은 주방장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주방장 얼굴에 그늘이 있다는 게 내 눈에는 보였다. 나는 이제 두려운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고 해도, 의심받을만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은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봐도 그렇듯,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고야 마는 것이다.
결국 주방장까지 나와 함께 하고 싶다고, 자신이 사장님과 잘 이야기할 테니 자신도 함께 남게 해달라고 했다. 나는 정말이지 반가움보다 이런 불편한 상황에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졸지에 직원들 빼돌린 아주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아 나까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믿었던 직원들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한 것이니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따로 면담도 했지만, 이미 자신들이 결심을 굳히고 난 뒤에 이야기했다는 걸 느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쓰렸을까?
하지만 식당 하시는 동안 이런 일이 왜 없었겠는가?
모두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쉽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하루이틀 만에 마음정리를 하셨는지 주방장에게도 다시 편하게 대해 주었다.
그리고 내게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며 잘해 보라고 했다.
하지만 베테랑들이 다 내게 가버린다고 하니, 개업식을 포함해 3일 동안 함께 일 해 주겠다던 약속은 이제 지킬 수 없다고 했다.
대신 경력 있는 아르바이트생 한 명은, 당신이 아르바이트비를 지급하고 보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약속한 아르바이트생도 결국 당일에 나타나진 않았다.
곧 알게 될 일이었지만, 사장님의 화풀이가 그 정도에서 끝난 건, 앞으로 내게 지키지 못할 더 큰 약속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나쁜 사람은 없다고, 나쁜 상황만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내 믿음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