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단단히 먹었다고, 열심히만 한다고 손님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식당의 기본은 음식맛이 좋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아직 맛에 자신이 없다면 임대료를 걱정할게 아니라 더 연구했어야 했다.
내가 자신 없어하는 음식 맛이 남의 입맛을 사로잡을 리는 없다. 뒤에 따르는 질책도 응당 감당해야만 했다.
한 번은 어떤 모임에서 여자손님 네 분이 왔었다. 들어올 때부터 큰소리로 웃으며 인테리어가 바뀐 걸 칭찬하는 소리가 주방까지 들려왔다. 진작부터 이렇게 깔끔하게 했어야 했다며 서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분들의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주방에 있던 나도, 다른 손님들도, 그분들의 등장과 동시에 식사하며 나누는 대화를 다 들을 수밖에 없었다.
양념게장 맛이 바뀐 것 같다며 서로 먹어보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리필까지 해 드시면서 이런 맛이면 집에서도 만들겠다며 모임장소를 잘 못 잡았다고 했다.
그 순간에 나는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들어가 숨어버리고 싶었다.
손님 중에는 남편의 지인분들도 와 있었다. 내가 남편 얼굴에 먹칠이라도 한 것 같아 얼굴 보기가 두려워졌다. 이럴 땐 시간이 참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다.
그런데 식사 후엔 설상가상이었다.
계산을 기다리면서 양념게장맛이 왜 바뀐 거냐고, 레시피 그대로 받아서 하는 거 아녔느냐고, 기분 좋게 모임 와서 맛있게 먹고 가야 하는데 기분 망치고 간다는 것이었다.
그 맛은 조미료맛이라고 나도 큰소리로 말해주고 싶은걸 꾹 참고, 그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만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기존에 다니던 단골손님 중 특별히 그 전 사장님의 양념게장을 좋아하던 사람이 아니면, 우리 손님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온 것 같았다.
양념게장을 좋아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어떤 분들은 양념게장 맛이 깔끔해졌다고 호평을 해 주신 분들도 있었다.
여기 음식을 먹고 가면 속이 답답했는데, 이제는 그런 증상이 없다고 일부러 칭찬해 주는 분들도 있었다.
간장게장은 맛이 훨씬 좋아졌다면서, 게장 담는 간장육수로 새우장을 담아주면 안 되겠냐는 부탁도 받았었다.
단골손님이었던 데다 음식맛이 좋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서 진짜 해드렸다.
그런 칭찬의 말에는 어떤 걱정도 걱정되지 않게 해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었다.
식당문을 열고 알게 된 사실 중 한 가지는 내가 연 식당이 점심에 손님이 몰린다는 것이었다.
골목에 위치한 특성상 밤이 되면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이상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골목 거의 끝쪽에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점심 손님이 아무리 많이 온다고 해도 저녁장사가 받쳐주지 않으면 직원들 월급은 고사하고 임대료 내기에도 벅찬 구조였다.
게다가 같은 골목에, 나와 같은 처지의 식당들이 즐비했다.
이 식당들도 대부분은 점심시간에 바쁘고, 저녁에는 한가한 식당들이었다. 골목식당들 모두 같은 손님들을 기다리며 점심때라도 완벽하게 바쁘길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손님들은 공평했다. 골목 안의 식당을 고루 이용해 주었다. 어느 식당도 서운할 일이 없었다. 다만 선택되지 않은 날은 뜨내기손님만 있을 뿐, 한꺼번에 몰리는 일이 없었다.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의 회사원들이 주 고객층이어서 오늘 이 음식을 먹었다면 내일은 다른 식당의 음식을 먹는 그런 식이었던 것이다. 손님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3개월 정도는 주변 친구나 모임에서도 많이 찾아와 주었기 때문에,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았다.
뭐든 안 해서 그렇지 내가 하기만 한다면 대박이 날 거라는 생각은 진작부터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손님을 늘릴 것인지를 매일 고민했다.
돈을 들이지 않고 홍보하는 건 효과를 보장할 수 없기에 전단지를 찍어 돌려 봤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잠시 늘어났던 손님도 전단지 행사가 끝나자 바로 시들해졌다.
가족손님(어린이를 동반한)을 늘려 볼 생각으로 짜장밥과 돈가스도 메뉴에 추가해 봤지만, 주방장만 더 힘들어지고 이것 또한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양념게장의 맛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꽃게장도 호불호가 분명한 음식인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런 노력을 하며 알게 된 다른 소식은 전 사장님도 장사가 안 돼서 돈가스를 메뉴로 추가했었다는 이야기였다.
단순히 건물주와의 마찰 때문이라고 하며, 가계부까지 보여주고, 우리는 이만큼이나 장사가 잘되는 집이라고 했었다. 내게 넘기는 순간까지 안타까운 듯 연기하며 권리금까지 두둑이 받아가신 전 사장님은 도대체 몇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