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중년의 한 여자 손님이 식당문을 열고 들어왔다.
전쟁을 치르듯 몰아쳤던, 점심 장사를 끝내고 시작된 브레이크 타임 시간이었다.
한눈에 봐도 기가 쎄 보이는 그녀는 외모만큼이나 기세도 당당해서 상대를 주눅 들게 만드는 힘이 느껴졌다.
"여기 사장이 누구예요? 사장 없어요?"
하고 말문을 열었을 때, 나는 없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누르고 어정쩡한 자세로 나서며 인사했다.
그분은 나를 위아래로 빠르게 살피더니 이런 애송이가 무슨 사장이냐는 얼굴 표정을 하고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무슨 일이시냐며 꼭 무서운 사장님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직원이라도 된 것처럼 절절매며 물었다.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다.
첫 번째는 자신이 전 사장님의 언니라는 점이었다.
언니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게다가 닮은데라고는 없어 보였다. 전 사장님은 키도 작고 왜소한데 비해, 그녀는 키도 크고 덩치도 아주 큰 사람이었다.
언니가 맞다고 하더라도 나를 만나러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만 봤을 땐 단단히 벼르고 싸움이라도 할 생각인 듯 보였다. 순간적으로 경찰을 불러야 하나 전 사장님에게 전화로 이 소식을 알려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그녀는 말도 행동도 거침이 없었다. 신분을 밝혔으니 됐다고 생각했는지 곧장 주방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주방 안을 한번 쓱 둘러보고 별안간 탕육수가 끓고 있던 큰 솥뚜껑을 열었다. 점심 손님이 많아서 새로 끓이고 있던 육수였다. 그녀는 자신의 주방처럼 망설임 없이 벽에 걸린 커다란 국자를 들고, 육수를 한번 휘휘 저어도 보고 몇 국자 떠서 농도도 확인했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런 것처럼 보였다. 더 가관은 나에게 숟가락을 달라고 하더니 먹어보기까지 했다. 나는 또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심부름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맛을 보더니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고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인 후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차례대로 조금씩 가져오라고 시켰다. 홀린 듯 그녀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심부름을 하고 있던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뒤늦게라도 정신이 돌아왔던 거다. 도대체 뭐 하시는 거냐며 너무 무례하다고 따져 물었다. 경찰을 부르겠다고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당황하지도 굽히지도 않았다.
먹어보고 나서 해줄 말이 있다며 오히려 나를 한마디로 제압해 버렸다. 이제는 그 말을 듣기 위해서라도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켜야 했다. 나는 소중한 나의 꽃게장들을 최대한 예쁘게 접시에 담아 가져다주었다. 꽃게장까지 차례로 맛본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기분 나쁜 사람이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처럼 다음 이 시간에는 다른 사연이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