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다는 것

어려워...

by 꿈꾸는 냥이
KakaoTalk_20220217_113805907_02.jpg [어느 날, 길에서 만난... 꿈을 찾아 여행하는 문어?]


딸이 둘 있습니다. 큰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제법 잘 그렸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겠다는 꿈을 꾸었고, 큰 아이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당연히 그런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아이는 꿈이 정해진 언니가 부럽다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자긴 도무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올해 고3이 된 첫째가 언젠가부터 표정이 밝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미술 말고 다른 걸 찾아보고 싶다는 말을 꺼내 놓았습니다. 그림 그리는 건 너무 좋은데 입시 준비를 하고 있으면 행복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올해 말고 내년에 대학을 가고 싶다는 말도 조심스럽게 전하는 딸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합니다.


실은 얼마 전 딸이 미술 학원에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결석할 일이 생기면 선생님과 직접 연락을 하다 보니 엄마 모르게 빠졌던 모양입니다. '하필.. 올해 고3인데, 지금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론 '많이 컸네.'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사춘기랄 것도 없이 순하게만 지내왔던 아이입니다. 엄마가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해서 아이가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시간들이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엄마에게 힘이 생겼다고 느끼게 된 걸까요? 엄마 힘들까 봐 투정 한 번 없이 자란 첫째 딸은 이제야 조금씩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려는 것 같습니다. 삶을 스스로 고민하기 시작했으니 기뻐할 일이겠죠?


지난 일 년은 가족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2년 전 엄마가 췌장암인 걸 알았을 때, 엄마는 암도 이겨낼 것 같았습니다. 우리 엄마니까요. 병원에서 암이라는 결과를 처음 듣던 그 순간에도 엄마는 담담하셨습니다. 울고 있는 제 등을 쓸어주시며 엄마가 이겨낼 테니 걱정 말라고 하셨습니다. 엄마는 우리 가족에게 늘 그런 존재였습니다. 강하고 따뜻한 우리 엄마.


엄마가 돌아가신 후, 너무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인생의 반을 지나는 즈음에, 남은 반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운명에 타협할 것인가. 내가 만들어 갈 것인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가지에 몰두하다 보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생깁니다. 내가 나의 삶을 고민하며 오롯이 '나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던 순간, 나의 아이들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지 잘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삶을 고민하며 미래 걱정하는 엄마 옆에서 안심하고 평온할 수 있었을까요? 나는 어쩌면 어른이 되지도,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되어주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던 꿈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를 그려보려는 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려웠습니다. 딸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삶의 규칙'들을 늘어놓고 강요하게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습니다. 행복의 기준은 서로 같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자꾸 내 기준을 정답인 양 생각하게 되니 말입니다. 부모가 할 일은 믿어주는 것 그리고 기다려주는 것뿐인데 자꾸 해결해 주려고 하니 서로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답을 찾기 어려운 순간을 만나면,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엄마라면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요? 엄마는 분명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하셨을 거예요. 엄마의 믿음으로 무슨 일이든 자신 있게 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나의 믿음으로, 아이들도 분명 자신 있게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큰 아이는 며칠 동안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보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생각해 보는 중이라고 합니다. 기한이 정해지지 않으면 생각이 너무 많아질 수 있으니 날을 정해놓고 고민해 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 언제까지 생각을 정리해 보면 좋을지 아이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정말로 믿어주는 힘이 내 안에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지켜봐 줄 수 있는 마음을 준비하고 응원할 것입니다. 진짜 엄마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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