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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냥이 Aug 20. 2022

우유

배 아프고 열이 나면 안 먹어야죠.

  서울우유를 보면 초등학교 2교시 쉬는 시간이 생각난다. 억지로 먹어야 했던 우유를 착한 우리들은 열심히도 먹었다. 우유를 씹어먹어야 한다던 담임선생님 말씀대로 꼭꼭 씹어 먹기도 하고, 눈 딱 감고 원샷을 시전 하기도 했다. 


   고등학생이 되니 우리는 어느덧 우유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친구 한 명이 준비해 둔 미숫가루와 설탕으로 우유 먹는 시간은 티타임이 되었다. 우리는 미숫가루를 쉐킷 쉐킷 해 줄 물병을 준비해 두었고, 때로는 보온병에 얼음 도시락을 챙기기도 했다. 


  오랫동안 함께 한 우유는 이제 함께 하기 힘든 옛 연인이 되어버렸다. 소화가 안 된다. 다행히 우유 못 먹는 빵순이는 그럼 어떡하나요? 소화가 잘 되는 우유가 있다. 잘 맞는 우유를 찾으면 빵순이의 빵 먹기는 여전히 즐겁다. 맞지 않는 우유를 잠깐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계속 먹는 건 위험하다. 화장실을 찾아 스타벅스에 뛰어 들어가야 할지 모른다. 


   사람 관계에서도 우유 같은 사이가 있다. 고소한 우유처럼 입맛을 당기지만, 자꾸만 탈이 난다. 아프고 편하지 않은 관계를 억지로 이어 나가면 가끔은 심하게 탈이 나서 회복이 힘들어진다. 


  왜 아픈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


  오랫동안 먹어 온 우유라도 아프면 먹지 않는 것처럼 그만둬야 할 때가 오면 결정해야 한다.


  애써야 유지되는 관계라면 혹시 이 사람은 우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독이 되는 관계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 관계에서 나오는 것뿐이다. 힘들게 하는 관계를 정리하고 몸도 마음도 편안하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다. 속 편한 관계 안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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