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왔니

나, 너 알아

by 김 미카엘라

벌써 6월의 끝자락이다. 아주 익숙하게 다가오는 기온이 어쩐지 낯설다. 꽃샘바람이 불기도 전 3월 초순 그날의 감정이 머물러 있어서일까. 언제 왔는지도 모를 봄은 훅하고 가버렸다. 여름방학이 되어 귀가한 딸아이의 채근으로 산책에 나섰다. 저 수풀을 헤치며 코를 벌름대며 냄새를 탐하던 녀석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나는 여기저기 설레발치며 잘 쏘다녔는데 그날로부터 발걸음을 멈춰버렸다. 오래가는 칩거에 “아직도 애도 중이야?” 별스럽다고들 했다.


“엄마, 코코가 있으면 오늘 생파 했을 텐데 그지!” 딸아이는 차량으로 붐비는 차도를 바라다보며 회상에 잠겼다. 어이 저 위로 올라갔을까. 수만 번을 떠올려봐도 도대체 모를 일이다. 곳곳에다 ‘강아지를 찾습니다.’ 전단을 붙이면서도 그쪽으로는 생각지도 않았었다. 한 번도 올라 서본 적이 없었다. 한창 진행 중이었던 공사 현장 소장의 “아마, 엄마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아주 참혹해서…. 저는 슈나우저는 아니라고 여겨졌어요.” 목격담은 하늘이 무너지는 만큼이었다. 그는 내가 붙여놓은 전단을 살펴본 듯했다.

사방으로 파헤쳐졌던 강 둔치 주변은 잘 정비되어 있었다. 잔디밭은 어째 더 널디 넓어진 건가. 축구 경기라도 하려나. 저리 조성하느라 출입을 금하지만 않았어도 ….


‘어머, 저 아이는 뭐지?’ 새까만 솜뭉친가 공인가. 우리 쪽으로 쏜살같이 다가와서는 딸아이에게 덥석 매달렸다. 불과 일이 분 전의 사십여 미터 전방이었다. 조그만 아가씨가 어깨에 큰 가방을 메고 한 손으로는 강아지를 끌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안고 오고 있었다. 잠시 안은 녀석을 내려놓는 순간 그리 내달은 것이다. 놀란 아가씨는 뒤미처 달려와 “아, 죄송해요. 아직 갓난쟁이라 목줄을 못해서….” 얼른 낚아채듯 되레 안았다.

“괜찮아요. 저 강아지 너무 좋아해요. 어쩜 요렇게 이쁠까.” 딸아이는 요리조리 쓰다듬으며 귀여워 죽겠다는 시늉이었다. 그새 다른 강아지를 탐하다니 아니 될 일이지. 나는 멀뚱히 비켜서며 가던 길이나 가자고 재촉했다. 다른 강아지들을 대한다는 것은 상처를 헤집는 꼴이었다. 강아지를 원체 싫어하던 내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지 수십 번 되뇌지 않았던가. 그런 내 마음은 아랑곳없이 딸아이는 강아지를 어르면서 견주와 대화가 무르익어갔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보니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여서 끼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 ‘**주’ 사이트에 동영상이 많이 올려진 강아지 아니에요. 게시자가 묵*반지?”

“어머, 맞아요!”

내가 녀석을 잃어버리고 찾겠다고 인터넷 온갖 곳에다 게재했었다. 그리고 영원히 찾을 수 없음을 알게 되면서 하루에도 수도 없이 유기견 사이트를 넘나들며 동병상련을 심정이지 않았던가. “맞아. 나 너희들 알아. 얘가 어미고 루리죠. 얘는 동동이고.” 어머나 세상에 외면하고자 할 때는 언제고 내가 나를 제어도 못 하고 사연에 합류하고 말았다.

아담한 아가씨는 임시 보호자며 임용고시 준비생이었다. 강아지를 너무 좋아해서 휴일에는 유기견 센터에 봉사를 나가며 임시 보호까지 자청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알면 속이 터지겠다. 고 농담을 했더니 절대 비밀이란다. 강아지를 하루에 30분은 산책은 임시 보호 규정이라고 했다. 가까운 여의도로 산책하러 나갔는데 공사 중이라 오늘 처음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공사 중이라는 것, 난감하기 이를 데 없이 다가왔다. 이곳에서의 공사 중만 아니었어도 녀석이 그리되지 않았을 터인데. 또 애매한 탓을 하는 것이 도진다. 순전히 안전 불감증이었던 내 잘못인 것을 말이다. 빨리 자리를 피할 냥으로 딸아이를 잡아끌며 서둘렀다.

“ 좋은 일 하시는 묵*반지님, 복 받으실 거예요. 얘들아, 안녕! 잘 가. ” 얼른 작별 인사와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집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