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메이킹 스토리 2장 - 나를 집중적으로 파고 판다.
아이폰 속, 메모장을 열어보고 참 신기했던 부분이 있었다. 예전에 비해 변화무쌍할 것이라 자신했던 현재의 내 모습은 과거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때 좋아했던 것들을 지금도 좋아하고 있으며 싫어했던 것들 또한 여전히 싫어하고 있었다. 즉 '나'라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았고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변하지 않는 내 기질은 언제나 내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의를 내려보고 싶어졌다. '나다운 것'에 대하 고민을 했고 나의 취향부터 살아온 과정을 박스를 찢어 넓은 골판지에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참 좋아했다. 운동하기 좋은 피지컬에 비해 그야말로 운동신경은 꽝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집 안에서 노는 것을 선호했던 것 같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이사 전까지 우리 집은 케이블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주로 당시 공영방송에서 틀어주는 만화나 프로그램을 보는 걸 굉장히 좋아했고 90~95년 생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어린이 드라마 (매직키드 마수리, 요정컴미, 울라불라 블루짱등)를 보거나 일본이나 미국에서 수입되어 더빙으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던 것 같다. 주인공이 변신하고 악의 무리와 싸우고 모험을 떠나며 동료를 만나는 뻔하디 뻔한 클리셰가 나의 유년 시절을 가득 채웠고 만화를 방영하지 않는 시간이면 집 아래에 있던 문방구('강남문구', 참고로 내가 자란 곳은 안산이다.)에서 동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탑블레이드 팽이를 돌리고 놀거나 동네 형들이 게임을 하며 보스를 클리어하는 것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2학년 2학기 쯤일까? 우리 집은 조금 더 교육환경이 좋은 신도시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집에 케이블을 설치한 이후부터 나의 '투니버스'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지금처럼 원하는 컨텐츠를 골라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 시기 '투니버스'는 그야말로 나에겐 오아시스 같았고 밤낮 가리지 않고 만화 채널에서 틀어주는 온갖 컨텐츠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이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완구나 카드게임의 인기도 나날이 높아졌고 뉴스에서도 그 내용과 위험성을 보도할 정도로 그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지금이야 일본만화를 보거나 비주류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친구들의 큰 이목을 끄는 행동이 아니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당시는 흔히 노는 친구들(?)의 타깃이 될까 두려워 그런 행동이나 취향을 조금은 숨기는 분위기가 더러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숨어 참으로 오타쿠 스러운 학창시절을 보낸 나는 자연스럽게 완구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올드 레고며 피규어들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취미는 자연스럽게 이어져 너무나 자연스럽게 미술학원에 가게 되었고 결국 입시까지 준비하게 되었다. 실력이 부족했는지 노력이 부족했는지 목표로 했던 대입은 계속해서 낙방했고 결국 모든 것을 접어두고 군대에 가게 되었다. 군대에 온 나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그림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전역하면 꼭 유의미한 결과를 남겨보리라 결심하고 전역 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23살 겨울, 입시를 위해 홍대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