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3개를 말아먹었으면서 뭘 또 만들어?

브랜드 메이킹 스토리 3장 - 위기는 위기다. 그리고 기회는 기회다.

by 허플라이 huhpply
사진 (15).jpg 사진출처 @huhstle_


"이 길이 아닌가 보지 뭐~"

홍대에 들어가서 어떻게 되었냐고? 드라마 같은 멋진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학원에 들어가자마자 내가 처음 들었던 소리는 "사람을 그려야지... 왜 개를 그려?"였고 그림을 그렸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정말 기초부터 다시 배웠다. 내가 가지고 있던 자존심과 아집이 한순간에 꺾이는 경험이었고 학생 시절보다 월등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내가 원하던 대학 입학은 다시금 좌절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상하리만큼 인정이 빠른 성격이기에 미련보다는 이 길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원장님의 말을 씁쓸하게 뒤로하고 꽤 시원섭섭하게 홍대를 떠날 수 있었다.


내 이름을 건 장사를 시작하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 앞서던 시기 최종 학력 고졸, 내가 학창 시절에 그리고 바라던 나의 모습과는 이미 많이 멀어져 있는 듯했다. 목표가 없어지고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멍하게 있던 25살 1월, 인생 처음으로 7일간 혼자서 일본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7일간 걷고 또 걸으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었고 참 신기하게도 내가 7일간 묵었던 숙소가 아사쿠사 갓파바시(도매시장) 부근에 위치해 있었는데 크고 작은 상점들을 바라보며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차고 넘침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무슨 생각인지 가게에서 명함까지 받아왔는데 그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으나 한국으로 돌아온지 얼마 안된 시점 수면 위로 점점 떠오르기 시작했고 부업으로 쇼핑몰을 먼저 시작한 형이 가히 대박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일손을 돕게 되었다.


눈 앞에서 성공을 목격했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잠시 뒤로하고, 정말 가볍게 나도 내 쇼핑몰을 시작하게 되었다. 역시나 그렇듯이 쇼핑몰 시작은 참으로 험난했다. 허접한 상세페이지 하나를 만드는데 2일이 꼬박 걸렸고 꼴에 브랜드 느낌은 내고 싶었는지 로고를 만드는데만 1달이 넘게 걸렸던 것 같다. 물건은 당연히 팔리지 않았고 그렇게 1달 정도가 지났을까? 그 허접했던 페이지에서 물건이 팔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눈에 보이는 매출이 잡혀나가기 시작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쇼핑몰은 점점 잘되기 시작했다. 먼저 큰 규모의 인플루언서가 먼저 협업 제안이 오기도 했고, 협업 이후 자신감이 붙어 어느 정도 취향을 반영한 브랜드를 2개 더 만들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큰 게임 회사의 협업 제안, 그리고 유명 잡지에 내 브랜드 제품이 소개되는 등 유의미한 결과들이 계속해서 보이기 시작했지만, 내 철없음으로 인한 주먹구구식 운영과 재정적 문제로 인해 3개의 브랜드를 한 번에! 정말 시원하게! 말아먹게 되었다.







시원하게 말아먹었으면서 또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아무리 내 잘못에서 비롯된 폐업 처리라지만 브랜드 3개를 말아먹는 경험은 실로 충격이 컸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오랜 시간 힘들어했다. 정말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고 인생 처음 진지한 실패로 정말 깊게 좌절해 있던 29살의 나를 형이 구제해 주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형의 회사 직원이 되어 1년간 내가 가진 것들과 문제를 바라보며 내가 누군지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천천히 공부해 나갈 수 있었다.


그게 현재까지 이어졌고 시간이 조금씩 지나가고 내 문제가 해결될 무렵 내 브랜드에 대한 갈망이 다시금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간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미치도록 적용해 보고 싶었고 내가 홍대에서 기초를 다시 다졌던 그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새롭고 공고한 브랜드를 다시금 만들어보리라 굳게 마음먹었다. 다시금 내 방식대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서 뭐부터 했냐고?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다음 화에 계속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질과 취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