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숲^^

by 홍승표

7월의 숲은 아름답습니다. 검푸른 숲에 들면 마음은 이미 평안이고 행복이지요. 숲속에 몸을 누이면 찌든 삶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 내리는 듯합니다. 새소리 바람 소리가 해맑고 침묵보다 아늑한 산은 언제 들어도 새로운 모습으로 맞이해주는 넉넉함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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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드는 일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숲에선 잊었던 자연의 모습과 자연의 소리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저마다 다른 풀과 나무와 돌이 어우러진 숲은 그 자체로 빼어남의 극치요 절경입니다. 잎과 잎들이, 가지와 가지들이, 나무와 나무들이 몸을 부딪치는 소리, 이름 모를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계곡의 물소리 그 저마다의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지면 이미 숲은 거대한 선율이요, 오묘한 합창이지요.


산은 늘 깨어있고 숲은 언제나 푸르게 살고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가도 숲은 본래의 상큼한 모습과 본래의 정갈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지요. 숲에 들면 사는 게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길지 않은 인생을 서로 다투고 시기하며 아옹다옹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요. 세상살이가 힘겹고 버거울 때면 숲엘 들어볼 일입니다. 숲에 들어 근심걱정 날려 보내고 계곡의 물소리에 띄워 보낼 수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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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숲을 찾는 이들을 위해 나무계단 같은 것을 곳곳에 설치해놓은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요.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일은 결코 자연 그대로 두는 것만 못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위적인 손길이 가해질수록 자연은 훼손되기 때문이지요. 숲은 정원이나 도심공원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편리만을 위해 숲의 본래 모습을 훼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요.

아무리 지극한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 정원이나 공원이라 한들 결코 숲에 견줄 수는 없습니다. 숲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현명한 일이지요. 무릇 숲에 드는 사람들도 숲을 숲답게 보고 느낄 수 있는 마음과 몸가짐이 필요한 법입니다. 가끔 숲에 들어 자연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선술집 술꾼처럼 소란스럽게 웃으며 떠들어대는 사람이 있지요. 색안경을 쓰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숲에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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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마음과 몸가짐으로는 자연의 모습이나 자연의 소리와 함께할 수 없지요. 그것은 숲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숲에 대한 모독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는 정도(正道)와 순리에 입각한 몸짓이 필요한 법(法)이지요. 숲은 놀이터가 아닙니다. 숲은 더없이 좋은 사색(思索)의 보고(寶庫)이자 힘겨운 삶에 찌든 마음의 휴식처인 것이지요. 숲에 들 땐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숲이 고요하면 새도 날지 않고 풀벌레도 숨을 죽이지요. 이것이 자연의 섭리요 숲이 간직한 고귀한 생명력입니다. 숲에 대한 경외(敬畏)의 마음 없이 숲으로부터의 안온과 평화를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지요. 세상이 다소 무기력하고 축 처진 모습으로 비틀거리고 사람들마저 버거운 몸짓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마음이 불안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 없이 정신적 공황을 겪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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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땐 훌훌 털어버리고 숲엘 들어야지요. 겁(劫) 밖의 일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하나의 돌이 되고 나무가 되고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하늘이 되고 땅이 되어보는 것이지요. 정갈한 마음과 몸짓으로 찌든 삶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고 해맑은 마음과 생동감 넘치는 몸짓으로 새롭게 시작해 볼 일입니다. 숲에 들어 홀로 바람과 마주앉아 화두(話頭)를 던지고 문답(問答)을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지요.

우리가 잊고 있어도 숲은 언제나 그곳에 있습니다. 살아가는 인생살이는 그 자체가 참로 행복한 길이지요. 그런데도 행복한 삶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더없이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가끔 숲에 들어 삶의 근량(斤兩)을 저울질 해보며 행복의 둘레를 더욱 크게 키워야 하는 거지요. 조용히 세상을 관조(觀照)하면서 넉넉한 마음으로 겁겁(劫劫)할 필요 없이 7월의 숲처럼 싱그럽게 살아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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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숲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요. 행복 또한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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